▲ 이은영 기자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인사관리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인사관리와 관련해서는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며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시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지 2년. 정부가 말한 제대로 된 대우는 얼마나 이뤄지고 있을까.

정부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공무직 노동자들은 “일할수록 차별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란 대전제 아래 기관과 기관 간, 공무원과 공무직 간 벌어진 임금·처우를 개선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방안으로 총액인건비제 개선과 공무직제 신설·중층적 교섭구조 확보·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담당부서 신설 등을 주문했다.

차별시정 대상에서 제외된 무기계약직

실제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은 국토교통부 도로보수원. 공무원과 공무직이 함께 출장을 가도 공무직은 출장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부족한 예산 탓이다. 정부 공무직 등 근로자 관리규정(안)에는 무기계약직의 해고사유로 사업·예산이 축소 또는 폐지돼 경영상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가 명시돼 있다. 정리해고는 단순한 예산 축소가 아닌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회피 노력을 사전에 해야 함에도 단순한 사업·예산 축소를 이유로 해고가 가능하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가 뭘까.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공무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를 결정하는 것이 다름 아닌 예산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노동자 임금은 사업비 또는 기본경비로 편성되는 만큼 사업비 예산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차별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처우는 물론이고 고용까지 위협받는 공무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정책위원회가 주최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반영한 연구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의 평균 연급여는 2천848만9천원, 근속 6.6년으로 다른 공공부문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은 편”이라며 “형식적으로 고용이 보장되지만 특정 직군 또는 저숙련 일자리인 데다, 임금·승진기회·능력개발·경력형성 등에서 정규직(공무원)과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간주되는 관계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차별시정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규직 80% 임금 보장 공약 공염불”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인건비는 대부분 사업비에 편성돼 있다. 사업비 책정 인건비 지출에 따라 같은 행정기관에서 동일·유사한 업무를 하더라도 부서 혹은 사업에 따라 인건비에 차이가 난다. 김 연구위원은 “동일 기관에서 사무보조라는 동일한 업무를 해도 사업비에서 인건비를 어느 정도 책정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다”며 “기존 공무직과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전환된 공무직 간에도 임금체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손종필 정의당 정책위원은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경우 과거 비정규직 당시 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이 인상돼 공무원과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정규직 80% 수준으로 격차를 해소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금·단체협상이 기관·부처와의 협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임금인상이나 정원 확대는 기획재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임단협 강제력을 와해 내지 약화시키는 구조로, 중앙 차원의 협의를 위한 노동자 단체와 정부 간 교섭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담당부서 신설 △무기계약직 신분 보장과 임금체계 등에 관한 법적 기반 마련 △중앙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인사관리 △공무원과 복리후생 등에서의 차별 해소 △총액인건비제 개선을 통한 인건비 예산 편성 △공무직제 신설 등이 건의됐다.

오기남 기재부 예산기준과장은 “기관장 자율에 맡기다 보니 기관 예산 상황에 따라 임금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이것이 누적돼 있다”면서도 “(임금기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 경우 기관장 자율성을 제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차별을 줄이고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모든 부처와 기관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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