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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부재-기득권 타령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민주노총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개악 법안'이 심의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일 매일노동뉴스에서 이런 기사를 별 느낌 없이 읽었다. 이 나라에서 총연합단체가 노동법 개악에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는데도 ‘그런가 보다’ 했다. 총파업이라고 해 봐야 금속노조 중심일 테고, 여기에 현재 임금·단체교섭 등 투쟁 중인 노조들을 보태고, 나머진 기껏해야 노조간부들이 참여하는 정도일 게다. 그러니 이런 뻔한 총파업을 내가 느낌 없이 읽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비난하겠는가. 이렇게 쓰고 보니 그렇게라도 해 보겠다는 민주노총인데 좀 심하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과 주 52시간제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바로 이들 법안이 입법되는 걸 저지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것이 그야말로 총파업 투쟁이 되지 못할 게 뻔할 거라고 나는 너무 쉽게 재단하면서 읽었다.

2. 문재인 정부가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촛불대선에서 공약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라고 스스로 밝혔다. 즉 노조법 개정안 제안이유에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통상 문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호 및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결사의 자유 등 노동자가 노조 등 단체를 조직해서 교섭 및 파업 등 쟁의할 자유를 보장하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 그에 반하는 국내법인 노조법을 개정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이 나라 노동운동은 반대하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 및 해고자에 대해 노조 가입을 인정하되 사업장에서 노조활동을 제한하고 기업별노조 임원 및 대의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며, 현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유지하고, 직장점거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 등의 제소로 ILO가 문제 삼아 권고 등을 했던 사항만 개정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사의 자유 등 ILO 핵심협약에서 보장하는 노동자 자유를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보장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인 노조법 개정안인 것이다. 솔직히 나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그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민주노총 방침이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하기가 조금은 주저가 된다. 어차피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만 하면 이에 반하는 노조법 등 국내법은 개정돼야 할 테니 말이다. 이 칼럼과 토론회 등에서 사실 나는 문재인 정부에 당장 협약을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노조법 개정을 앞세워 비준을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비준에 나서라고 말했던 것은 비준을 하면 ILO 핵심협약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자유가 이 나라 노조법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보장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못마땅한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서 그걸 입법해서라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에 대해선 노동자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해야 할 일이다.

3.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는 기득권을 위한 자유인 양 비난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노조 등 정규직 대기업노조에 대해서는 중소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차별해서 임금 등 자신의 권리를 채우는 기득권노조라고 비난한다. 자유한국당 등 이른바 보수의 당이나, 사용자편을 드는 보수의 언론에서만 하는 비난이 아니다. 스스로 민주나 진보라 칭하는 자들도 기득권노조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조에 대해서도 그 비난을 쏟아 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금속노조를 들 수 있다. 어쨌건 그들에겐 노조는 기득권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 확대를 반대하는 노조는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노조라고 비난할 게 뻔한데, 조만간 민주노총 총파업이 있게 되면 그에 참여하는 금속노조 등 이 나라 노조들은 기득권노조로 매도될 것이다.

기득권은 권리 내지 자유를 갖지 못한 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노조할 자유 내지 그 자유로 확보한 권리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나눠 전자는 기득권자로 규정짓는다. 이렇게 보자면, 이 나라에서 노조, 그 조합원인 노동자는 기득권자가 된다. 이에 대해 가지지 못한 자, 노조하지 못하는 노동자 등은 기득권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있다. 노조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노조할 처지가 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오늘 이 나라 현실을 들여다보면, 전통적으로 노조할 자유가 박탈된 공무원 등 외에 법적으로 노동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그리고 노조할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해도 노조할 처지가 되지 못하는 비정규 노동자가 이에 해당하는데, 그 비중이 커져 가고 있다. 오늘 이 세상에서 노동하는 많은 이들이 용역 및 도급 등의 계약을 통해 근로계약상 근로자 지위를 빼앗기고, 비정규직 관련법을 통해 기간제 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 노동자로 고용되고, 외주화 등을 통해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다. 노조할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는 노동자는 노동하는 이들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노조할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노조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득권자라고 비난해 댄다.

4. 이렇게 노조할 자유로 보자면, 오늘 노동자는 자유를 제대로 행사할 수가 없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계약을 통해서는 온전히 인간다운 기준으로 체결할 수가 없다는 걸 경험하고서 이 세상은 노조할 자유를 노동자의 자유로 규정했다.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사용자와 교섭해서 노동조건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 체결 자유를 보장했다. 국가권력이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하고 파업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을 형사처벌 등으로 규제하지 않노라고 보장했던 것이다. 바로 노동기본권인데, 이는 노동자의 자유인 것이다. 국가가 특별히 법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장해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가 규제하지 않으면 보장되는 자유인 것이다. 자유는 창조물이 아니다. 자유는 입법의 산물이 아니다. 권력이 규제하지 않으면 행사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갖고 태어난 것이다. 천부인권이라 부르는 자유는 인간인 노동자도 갖고 태어났다. 그럼에도 노동자의 자유는 별도로 취급했다. 그 자유는 온전한 자유가 아닌 것으로 차별적으로 취급했다. 노동자가 행사하는 결사의 자유는 천부의 것이 아닌 양 취급해 왔다. 바로 이런 취급이 오늘 이 나라에서 노조할 자유를 행사하는 노동자를 기득권자라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리라. 국가가 법령으로 보장하고,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해서 근로자로 인정해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고서, 그렇게 보장받았으니 기득권이라 하는 것이겠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노동자가 단결해서 활동하는 자유, 즉 노조할 자유는 국가권력이 규제하지 않으면 행사할 수 있는 노동자의 자유인 것이고, 국가가 노조법이나 근로기준법, 비정규직 관련법 등으로 노조할 자유를 행사할 근로자를 제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계약이 아닌 계약을 통해 근로자로 취급해 주지 않더라도 그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노동자의 자유로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다.

5. 이런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기에 이 나라에서는 기득권 타령을 노래하는 것이다. 이런 노동자의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에 기득권이란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자유는 자유인 것이다. 국가가 법령으로 보장해 줘야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법령으로 권력이 규제하더라도 그 규제를 무시하고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자유인 것이다. 근로계약이 아닌 계약을 통해서 근로자 아닌 취급을 하려는 것도 바로 이런 노동자의 자유를 빼앗고자 하는 것인데, 그 자유는 그것이 진정 자유라면 법을 통해 계약의 무효를 선언하고서 확보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의 행사로 자신의 것으로 확인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기득권이라는 비난은 부당하더라도,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오늘 노동자가 자유의 부재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온전히 자유의 행사로 자신의 자유를 선언해야 한다. 특수고용직·비정규직 등 노동자의 자유 행사를 가로막는 것들을 넘어서는 자유의 행사를 통해 스스로 자유를 확인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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