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비맥주에서 일하는 화물·지게차 노동자들은 4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오비맥주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불안 해소와 적정임금 보장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화물연대본부>

오비맥주를 싣고 배달하는 화물·지게차 노동자들이 원청에 고용안정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오비맥주지회(지회장 박영길)와 화섬식품노조 오비맥주사내하청지회(지회장 김동규)가 4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오비맥주는 하청노동자 생존권 보장방안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비맥주 2차 하청 화물·지게차 노동자

오비맥주는 경기도 이천·충북 청주·광주에 있는 공장에서 주류 등을 생산한다. 결의대회 참가 노동자들은 3개 공장에서 화물차와 지게차를 운전한다. 지게차 노동자들은 공장 안에서 생산품을 운반하거나 화물차에 싣는다. 화물차 노동자들은 공장과 전국 물류센터를 오가며 운송을 담당한다.

오비맥주는 두 업무를 외주화했다. 화물운송부문은 CJ대한통운 같은 물류전문기업에 1차 하청을 맡겼다. 1차 하청업체는 운수회사에 2차 하청을 준다. 화물노동자는 2차 하청업체에 속한 지입차주다. 자기 소유 차량으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1차·2차 하청업체가 바뀌어도 오비맥주 공장에서 고정적으로 일한다. 3개 공장 화물노동자는 200여명이다.

지게차 업무도 '오비맥주-물류전문기업-2차 하청업체'로 이어진다. 지게차 노동자들은 2차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한다. 3개 공장에 150여명이 있다.

화물·지게차 노동자들이 한데 뭉친 이유는 고용불안과 저임금 때문이다. 두 지회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올해 9월부터 생산량 감소로 공장가동을 일시정지(셧다운)하고 있다. 광주·청주공장은 가동을 중단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두 달 동안 셧다운을 한 날이 보름이나 된다. 반면 수도권에 주류를 공급하는 이천공장은 생산량이 늘어 외부 화물차(용차)를 부르는 상황이다. 두 지회는 "오비맥주가 이천공장에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물량 관리 차원에서 수도권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공장 일시정지로 한 달에 열흘만 일해
"지게차는 연장근로 없이 먹고살기 힘들다"


배송 횟수당 수수료(임금)를 받는 화물노동자는 셧다운으로 임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박영길 지회장은 "지난달 셧다운으로 10일가량 쉬고 토·일요일을 제외했더니 실제 일한 날이 10일밖에 되지 않았다"며 "임금이 200만원도 안 돼 차량 할부금과 운영비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지게차 노동자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오비맥주가 1차 하청업체와 1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바람에 2차 하청업체 계약기간도 매달 갱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출하량 감소 혹은 증가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2차 하청업체에 속한 지게차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임금도 들쑥날쑥하다. 1년차부터 12년차까지 기본급 174만5천150원(올해 월 최저임금)을 받는다. 하루 4시간 연장근무를 하면 월 270만~300만원 정도 된다. 김동규 지회장은 "다단계 하청구조 밑바닥에 있는 지게차 노동자들은 연장근무를 하지 않고서는 먹고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지회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출하량을 3개 공장에 골고루 분배해 달라"고 오비맥주에 요구했다. 이들은 "공장 셧다운 상황이 장기화하면 하청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오비맥주는 출하량을 이천·청주·광주공장으로 적절히 배분해 셧다운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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