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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허점투성인데] 플랫폼 노동, 디지털 특고 넘어 휴먼클라우드로 진화'플랫폼 노동 보호와 조직화 방안' 보고서 보니 … "이해관계당사자 사회적 대화기구 만들어야"
▲ 서비스연맹이 지난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플랫폼 경제와 플랫폼 노동 분석’ 토론회를 열었다. 강예슬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을 주도하는 플랫폼사 쿠팡은 지난해 10월 배달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단기 일자리 모델 쿠팡플렉스를 선보였다. 시장 호응도 크다. 쿠팡플렉스 기사(쿠팡플렉서)로 등록한 인원은 1년 만에 30만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플랫폼사인 메쉬코리아와 우아한형제들도 쿠팡플렉스와 유사한 부릉프렌즈·배민커넥트를 세우고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다. 세 가지 사업모델은 업무진행 절차와 이동수단 대여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사용자에 전속되지 않은 채 비전업으로 일하는 ‘휴먼클라우드(human cloud) 노동’이란 점에서 동일하다.

플랫폼 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플랫폼 노동이 디지털 특수고용 노동 형태를 넘어서 '휴먼클라우드 노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휴먼클라우드 노동은 데이터센터에 소프트웨어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플랫폼(클라우드)에 등록된 사람(휴먼)을 그때그때 뽑아 쓰는 사업 방식이다. 사용자는 등록된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와 하루 단위 혹은 일거리 단위로 위탁계약을 체결하며 업무를 맡긴다. 부릉·생각대로·바로고 등 배달대행 플랫폼사의 지역별 지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정해진 시간에 배달을 수행하는 디지털 특수고용직과도 구분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받으려면 전속성·업무의 계속성·업무 수행의 비대체성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휴먼클라우드 노동자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현행 노동법 체계로 보호하기 힘든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 노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해관계자들 간에 행동강령 등 사회적 협약을 만들어 노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시적 사용자 없는 노동
노동자가 모든 책임과 위험 감수"


3일 <매일노동뉴스>가 서비스연맹 플랫폼 노동 연구용역팀의 연구보고서 '플랫폼 노동 보호와 조직화 방안'을 입수해 분석했다. 김성혁 연맹 정책연구원장·박장현 평등사회노동교육원장·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장진숙 연맹 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업성과 전속성이 없는 휴먼클라우드 노동자는 디지털 특수고용직보다 더 큰 법·제도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업무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을 더 쉽게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플렉스 노동자(쿠팡플렉서)는 출근하기 전 노동 과정과 노동 방법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 쿠팡은 채팅방에 교육용 앱과 동영상을 업로드할 뿐 따로 직무교육을 하지 않는다. 4대 사회보험은 물론 적용되지 않으며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개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휴먼클라우드 노동은 노동자끼리 저가경쟁을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위험까지 있다. 현재 쿠팡플렉스 배송 수수료는 건당 750원 정도지만 그날그날 일감 지원자수와 배송물량에 따라 수수료 변동이 생긴다. 물량이 몰리는 명절 등 연휴기간에는 건당 수수료가 2천원으로 오르기도 하지만 배송 지원자가 많을수록 수수료가 떨어진다. 운반수레·장갑·유류비 같은 지출비용을 공제한 뒤에 따져보면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휴먼클라우드 노동이 확대하면서 일감 지원자가 늘면 저가경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당사자 사회적 대화로 '행동수칙' 합의해야"

장진숙 객원연구위원은 "쿠팡맨은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고용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늘어난 쿠팡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은 일반인 직배송인 쿠팡플렉스"라며 "쿠팡의 변신 과정은 휴먼클라우드 노동이 기존 노동을 전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우려했다.

실제 쿠팡플렉스 노동자(쿠팡플렉서)는 쿠팡맨 숫자를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플렉서는 1만~2만명으로 추정된다. 쿠팡과 직·간접고용을 맺은 쿠팡맨 4천500여명의 최대 5배에 육박한다. 다른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쿠팡 처리물량이다. 전업으로 일하는 쿠팡맨은 하루 통상 240개 정도의 물량을 처리한다. 쿠팡맨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전체 건수는 100만개 정도다. 그런데 쿠팡은 지난 6월 하루 배송 물량이 200만개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100만개의 물량을 쿠팡맨보다 더 많은 쿠팡플렉서가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노동관계법이 플랫폼 노동을 포섭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행동강령 등 사회적 협약을 맺어 노동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부가 큰 틀의 정책대응 기조를 제시하되, 그 안에서 노사가 자율적인 조정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독일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불특정 다수 인력을 활용하는 '크라우드 소싱' 업체와 노동자가 공정한 협력을 위해 행동수칙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조-플랫폼 업체 공동의 '옴부즈 오피스(Ombuds Office)'를 운영한다. 행동수칙은 플랫폼 노동자의 최소기준을 의무화한 것으로 △공정한 보상 △동기부여와 좋은 일자리 △분명한 과제(수행할 업무)의 정의와 합당한 시간 부여 등 10가지 내용이 포함됐다. 행동수칙에 서명하는 것을 넘어 실천하기 위해 노사는 동수로 옴부즈 오피스를 구성했다. 이들은 수칙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는지 관리·감독 역할을 한다.

장진숙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 보호는 정부가 구체적인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함께하는 '테이블'부터 만들어 시행하는 게 시급하다"며 "(일반인이) 자차로 유상운송을 하면 사고가 나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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