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저는 티브로드에서 일한 지 5년째입니다. 그사이 두 번 법인이 변경됐습니다. 18~19년 동안 근무했다는 제 주변 동료들은 일하는 동안 5번 소속이 변경됐습니다. 내년에 또 법인이 바뀌면 여기 있는 조합원 모두 다시 1년차입니다"

티브로드 협력업체 원케이블에서 일하는 박종훈(36)씨가 반복되는 고용불안 실태를 토로했다. 박씨는 티브로드 동대문센터에서 케이블방송·인터넷 설치·철거·수리 업무를 한다. 티브로드 협력업체는 그를 정규직 노동자라고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는 티브로드가 협력업체를 바꿀 때마다 고용불안을 겪는다. 경력이 사라지니 급여도 제자리걸음이다. 박씨는 "5년을 일해도 기본급은 최저임금 기준으로 책정된다"며 "대출금 갚고 아이 키우며 살기에도 버겁다"고 했다. 박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노동자는 900명이 넘는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조합원 50여명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9일 오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서울 을지로 SK서린빌딩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100명 넘는 노동자들이 그들 뒤를 따라 걸었다. 10분이면 걸어갈 거리지만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를 하다 보니 장장 2시간이 걸렸다.

노조는 티브로드를 인수하는 SK텔레콤에 고용승계와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네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인수합병이 완료된 후에 해고될지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티브로드 전주센터에서 일하는 김종이(41)씨는 "2016년에 8개월 해고사태를 겪었지만 한강대교에 올라가는 등 투쟁 끝에 겨우 고용안정을 쟁취해 냈다"며 "협력업체 직원으로 남아 있으니 고용불안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고 전했다. 2016년 2월 티브로드가 협력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수십여명의 해고자가 발생하자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동자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한강대교 위에 올랐다.

티브로드 정규직 노조도 동참했다. 이건용 노조 티브로드지부장은 "인수합병을 하는 이유는 두 기업이 만나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라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티브로드 정규직 노동자도 비정규직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위한 정부 심사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조건부 승인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 전달했다. SK텔레콤이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공정거래위에 제출하면 공정거래위는 전원회의를 통해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SK텔레콤과 티브로드의 공정거래위 심사는 11월6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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