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리 공인노무사(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법규국장)

얼마 전까지 서울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했다. 그 전엔 고용노동부 산하 잡월드 노동자들이 청와대와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서 한겨울 단식농성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곳곳에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현장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대책으로 2018년 9월 위탁·용역 노동자들의 이른바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동안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로하던 미화(청소)·당직 직종 노동자들의 계약 당사자를 학교장 단위로 변경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사실 학교에는 ‘청소원’과 ‘당직원’이라는 직종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은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맺고 정규직 전환자들이 하는 미화·당직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9월1일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위 직종으로 흡수되지 않고 “특수운영직군”이라는 별도 관리직종으로 규정됐다. 상식적으로 정규직 전환이라면 원래 하던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이지만, 17개 시·도 교육청은 모두 특수운영직군으로 명명하며 모든 처우개선책에서 배제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협의는 “아직 전환되지 않아 우리 근로자가 아니니 협의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회피했으며, 정규직 전환이라는 최초 취지는 예산논리 앞에 무력했다.

결국 특수운영직군은 기존 학교 청소원·당직원에게 보장되는 취업규칙 적용에서 제외됐을 뿐 아니라 급식비·교통비 등의 각종 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고용주체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변경된 것이 없다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장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용역계약 때는 요구하지 않던 공무원채용신체검사서·체력검정서 같은 각종 요구 서류가 많아졌다. 경기도에는 6곳밖에 없는 체력인증센터를 예약하지 못해 체력검정서를 받기 위해 경기도의 당직 직종 노동자가 강원도까지 다녀온 사례도 있었다.

교육청이 인력운영관리를 철저하게 하지도 않는다. 용역 당시 계약 내용보다 더 많은 업무를 부여한다든지, 청소노동자들의 방학 중 근로일은 모두 학교 단위 재량에 맡겨지고 있다. 학교측에서 전에는 요구하지 않던 교장실 청소를 계속 지시해 교육청에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은 학교에서 안 지키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용역계약 당시에는 방학 중 매일 출근하던 청소노동자가 정규직 전환 이후 방학 중 월급을 9만원만 받는 경우에도 교육청에서는 학교 단위로 판단할 문제라는 식이다. 겸직이 금지돼 방학 중 아르바이트라도 하게 해 달라는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생존권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는 공감은 어디에도 없다.

나아지지 않은 근로조건, 더 높아진 자격요건과 인력운영관리로 삼중고에 시달리는 ‘특수운영직군’ 탄생은 원래 학교현장에서 당직원·청소원으로 근무하면서 모든 처우개선 수당을 받고 있던 이른바 직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도 영향을 끼쳤다. 교육청은 직접고용 노동자들이 재계약을 할 경우 특수운영직군으로 흡수해 운영한다고 한다. 안정된 일자리를 더욱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정확히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 취지에 반하는 일이다. 특수운영직군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에 교육청은 아직 정규직 전환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룰 뿐이다. 결국 이번 집단교섭에서도 사실상 동결안을 제안하고 있다. 같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정규직 전환정책이라면서 다른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파견·용역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차별의 굴레를 덧씌우는 것이다. 교육청은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정규직 전환정책 취지를 되새겨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걸맞은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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