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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를 ‘취소하라’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어느새 6년이 지났다. 2013년 10월24일에 박근혜 정권은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교육부는 노조전임자였던 교사들에 대해 휴직을 취소하고 복귀명령을 했고, 이를 거부하자 34명을 직권면직해 해고했다. 지난 24일 청와대 앞 효자치안센터 부근에서 열린 ‘노동부 규탄, 법외노조 취소 촉구 전국교사대회’가 열렸는데, “직권취소를 거부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오늘은 무얼 써야 할까’를 고민하며 노동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가 최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직권취소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고, 18명의 해직교사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는 걸 읽었다. 세상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데 세월만 쏜살같다.

2. 방금 내 책장의 사건기록 더미에서 노동법책을 꺼냈다. 20년도 더 묵은, 1996년께 출판한 책이었다. 노동법 학자인 신인령 교수가 1989년 전교조 결성에 즈음해 발표했던 ‘교원의 노동 3권 보장과 그 제한의 한계’ 등을 포함해서 10여편의 논문들이 수록돼 있었으니, 발표한 지 30년이 된 글이었다. 굳이 들춰 볼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지나간 논의로 가득 채우고 있어야 했다. 단순히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서만이 아니라, 그 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 만들어지고 전교조가 설립신고증까지 받고서 합법화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노조활동 자체가 불법”이고, “참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의식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당시 정부가 “전교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며 징계 등을 강행하고 있다고 쓴 첫 장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쓴 글이라 여길 수가 없었다. 이러한 내용은 정부가 자료로 만들어 반상회에서 배포하기까지 했다(1989년 8월25일 반상회 문교부 유인물)고 각주까지 달아 인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뒤 30년이 지난 오늘도 교원노조법에 따른 노조활동을 보장받지 못하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의식화하고 좌파교육을 하고 있다는 비난은 여전하다.

3. 전교조 조합원인 교사들은 노동자다. 다시 이 나라 법전의 말로 바꿔 보자면, 대한민국헌법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근로자’임이 명백하다.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33조1항). 이렇게 헌법에 쓰여진 대로 ‘근로자’인 교사들에게 노조를 조직해서 교섭하고 행동할 자유를 보장해야 했다. 그런데 전교조가 결성되고서 30년 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다. 헌법이 규정한 대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권력은 교원노조를 허용하는 법률이 없다고 전교조를 불법이라고 탄압하고, 교원노조법이 규정한 대로 하지 않는다며 적법하지 않다고 탄압하고는 교원노조법상 설립신고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설립신고를 취소하고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는 등으로 탄압해 왔다.

교사가 ‘근로자’라면, 국가가 법률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줘야 노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가 노조를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자이기에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그건 노동자의 자유고 그걸 노동기본권으로 헌법이 규정한 것이지 무슨 정권이 법률로 특별히 허용해 줘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953년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노동조합은 활동하고 있었고, 심지어 1948년 대한민국헌법에서 노동자의 자유, 노동기본권이 규정되기 전에도 있었다. 이렇게 이 세상에서 노동조합은 권력이 법령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비로소 노동자들이 했던 것이 아니고, 교사‘노동자’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서 노조는 법률로 보장해 줘야 노조하는 것인 양 권력은 통제해 왔다. 권력의 노동통제는 이 나라에서 언제나 성공적이었고, 그래서 이 나라 노동자는 자유를 모른다. 오직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법률이 허용해 줘야 노조할 수 있다고, 오늘도 그 법률을 개정해 달라고 외칠 뿐이다. 거기다 교사는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한다고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가지고 법의 사슬로 엮고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해석·집행해 왔다.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한 헌법규정은(33조2항) 그 국가권력의 해석·집행의 주요 근거로 사용됐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교사는 권력이 허락해 주는 대로 노조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고, ‘노조 아님 통보’로 권력은 전교조에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4. ‘어느새 6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중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더욱 그렇다고 말해야겠다. 결사의 자유 등 노동자의 노조할 자유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까지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사회적 대화니 국회 입법이니 어렵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비준하겠다고, 그렇게 이 나라 노동자들이 노조할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내겠다고 약속했으니 박근혜 정권 아래서 한 노동부의 통보처분 정도는 신속히 취소할 거라 나는 기대했다. 의지만 있으면 노동부의 처분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당연히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하지 않았다.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할 수 있었던 걸 하지 않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라 하더니 국회 입법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히 문재인 정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걸 하지 않은 채 대법원과 국회를 바라보면서 절반의 임기를 보내는 것을 지켜보자니 이제 분명히 보인다. 법원과 국회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지가 없다.

“노동부가 9명의 해직자가 소속됐다는 이유로 6만여명이 가입된 전교조의 노조설립을 취소하겠다는 발상은 ILO의 단결권보장 협약 등과 헌법과 노동관계법령에 보장된 ‘교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소속 위원들은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2013년 노동부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를 비난했다. 위에서 한 내 말이 그들의 성명서에서 담았던 이러한 말을 보다 자세히 반복하는 것일 정도로 노동부의 통보 처분을 비난했던 것인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나서는 자신들이 했던 말을 다시 꺼내 노동부에 그 처분을 취소하라고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령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서 그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변명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6년 전 당시에도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돼 있었다.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해 놓았다는 것이 변명이 될 수 없다. 지금은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얼마든지 노동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3년 통보처분을 취소하고 전교조의 노조활동을 허용하라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상태인데, 아직까지 위 의원들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그걸 했다는 뉴스를 나는 읽지 못했다.

5. 대단한 권리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노동자로서 노조할 자유를 달라는 것뿐이다. 해고자든 뭐든 교사가 노조하는 걸 규제하지 말고, 노조하는 걸 징계하는 등으로 탄압하지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노조할 자유는 노동자끼리 단결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고, 그걸 노동기본권이라고 부른다. 위 논문의 결론에서 신인령 교수는 “왜 하필 교원이 교원노조를 조직하는가”라는 물음에 “근로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하고, “왜 실정법을 위반하는가”라는 물음에 “교육관계법만이 실정법이 아니다”며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실정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내가 말한 것처럼 노동자의 자유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헌법의 노동기본권 보장으로 ‘근로자’인 교사는 노조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니 그 결론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러나 30년이다. 그때는 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노조할 자유를 틀어막을지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적법하게 설립신고한 노조를 그 노조활동 등으로 해고된 조합원이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받고 법상노조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그것도 촛불혁명의 계승을 말하는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벌어진다는 걸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감히 상상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1987년 6월 민주화운동과 노동자대투쟁 직후에 아직 그 열광이 식지 않은 때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늘 다시 30년 묵은 소리라도 불러내 말하고 싶다. 교사도 노동자다. ‘노조 아님 통보’를 취소하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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