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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재단 출범 “차별없고 안전한 일터 만들겠다”지난 26일 서울시립미술관서 창립총회·출범대회 …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이사장 맡아
▲ 최나영 기자
“아들이 다시 이곳에서 살아 숨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쁨에 가슴이 마구 뜁니다. 비정규직이라서 당한 용균이의 처절한 죽음, 아니 그 이전에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아들의 죽음 뒤 비탄에 몸을 빼앗기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를 이끌고 그 뒤에도 아들의 동료, 비정규직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기자회견장을 동분서주했던 그가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됐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출범대회가 열렸다. 이날 출범대회 직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김미숙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김미숙씨는 “안전하지 않은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이 살아남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보다 많은 연대와 협력으로 함께 길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컴컴한 공장에서 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중 목숨을 잃었다. 규정대로 열심히 일하다 생긴 일이다.

“사업계획 많지만 함께하면 실현 가능”

이날 출범대회에는 제주 음료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숨진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 비정규 방송노동자 문제를 제기하며 세상을 등진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등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그 밖에도 세월호 유가족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청년노동자를 포함한 시민·노동자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김용균재단은 고 김용균씨 추모사업과 위험의 외주화 근절 투쟁, 산재사고 예방·대응·지원사업, 청년노동자 권리보장사업, 비정규직 철폐사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산재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산재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이 사고에서 무엇을 확인하고 요구해야 하는지를 조언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하겠다”며 “고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와 권고안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는’과 연대활동을 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운동도 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혜진 재단 운영위원은 “사업계획이 엄청나게 많지만, 이 일은 함께하는 것이라고 이사장이 강력하게 결의했으니 비정규직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모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용균이라는 빛 퍼뜨려 작업장 밝히겠다”

청년노동자와 산재 피해 유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는 사회를, 더 이상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영씨는 “아들이 열흘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던 일들이 시일이 지날수록 깊이 다가와서 솔직히 견디기 힘든 심정”이라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 현장실습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행사 막바지에 참석자들이 각자 종이에 ‘나의 선언’을 쓰고 발표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김도현씨는 ‘우리 용균이와 태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미숙씨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 용균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썼다. 한 참가자는 ‘노동자 해방 세상을 위해 용균이 어머니 김미숙 동지가 잘 투쟁하도록 자주 밥 사겠습니다’라고 적은 내용을 발표해 참석자들의 웃음과 환호를 이끌어 냈다.

행사는 출범선언문 낭독으로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김용균이라는 빛을 더욱 퍼뜨려 김용균들의 작업장을 밝히고 죽음의 일터를 뒤집어 안전한 사회를 세워 내겠다”고 선언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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