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작업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지아무개(35)씨 사망사고 현장.<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납품업체 소속 크레인 신호수 하청노동자가 코밍블록 운송작업 중 블록에 깔려 목숨을 잃었는데, 사고 당시 작업지시가 단체카톡방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 전 실시하는 원·하청 생산회의도 없었다. 피해 하청노동자가 속한 A업체 생산담당자는 단체카톡방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고, 블록 상하차 작업 사전 준비는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조선소 크레인 사고의 원인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발주사인 대우조선해양부터 사망노동자가 소속된 A업체까지 4단계 하도급 구조가 형성됐으며, A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은 블록 납품업체 ㈜건화에만도 하청업체가 9개나 있었다. 노동계는 “다단계 하도급 문제 해결 없이는 반복되는 크레인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이후에도 현장은 달라진 것이 없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전관리책임을 떠넘기는 하도급 구조 속에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본지 2019년 9월27일자 4면 “30대 하청노동자 떨어진 10톤 블록 깔려 사망” 참조>

작업지시서 없이 단체카톡방으로
하청업체 생산담당자는 카톡 확인도 못해


27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작업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지아무개(35)씨 사망사고 이면에는 어김없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안전관리 떠넘기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창산추련은 “사고가 발생한 블록은 대우조선해양에서 하도급을 받은 ‘기덕’이라는 업체에서 제작돼 건화에 도장부분을 재하도급 줬고, 건화는 이를 사망노동자가 속한 A업체에 다시 재하도급을 주며 4단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재하도급 구조로 내려갈수록 위험은 증폭되고 관리되지 못했다”며 “위험의 외주화·책임의 외주화로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사고는 600톤 골리앗 크레인을 이용해 블록을 이송차량에 안착한 뒤 크레인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전도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블록에 연결한 크레인 와이어 섀클(일종의 걸쇠)을 해체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신호수 지씨가 떨어진 블록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애초 같은달 16일에 들어올 예정이던 블록이 이날 들어오면서 작업이 정해진 절차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청은 생산회의를 통해 문서로 작업지시를 하고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그런데 블록이 열흘이나 늦게 들어오면서 작업 하루 전 원청인 건화가 단체카톡방을 통해 A업체에 작업을 지시했다. 그러나 A업체 생산담당자는 해당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고, 블록 상하차 작업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건화는 고용노동부에 “카톡으로 작업지시를 한 것은 (블록이 늦게 들어오면서) 작업이 계획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노동계는 카톡 작업지시가 관행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노동부 역시 카톡 지시와 관련해 “관행적”이란 의심을 품고 있다. 25일 마창산추련과 지역 노동계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 면담에서 지청 관계자는 “사고 당일 현장을 갔을 때 카톡 지시와 관련해 관행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건화는 관행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고 후 크레인 사고 잇따라 발생
2017년 삼성중공업 사고 교훈은 어디로?


노동부는 현재 안전보건공단 중대재해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사고 관련 조사를 하고 있다. 현장에 내려졌던 작업중지명령은 해제됐다. 그런데 지씨가 목숨을 잃은 이후에도 대우조선해양 안에서만 3건의 크레인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모두 크레인 충돌·전도사고였다.

이은주 마창산추련 활동가는 “지난 25일 통영지청과 면담을 했지만 하도급 관계나 안전관리 책임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지청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며 “사고를 중심으로 지엽적인 조사밖에 되지 않고 있다 보니 카톡 작업지시 같은 관행이나 사고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는 안전책임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안전책임을 외주화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조선소 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조사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할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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