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도급을 준 수출포장업체에서 품질검사를 하던 비정규 노동자들은 현대모비스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내협력업체도 아닌 제3의 포장업체 공장에서 행해진 수출부품 검수업무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4일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48민사부(재판장 최형표)는 현대모비스 수출용 부품 품질검사 협력업체에서 일한 김영훈씨 등 3명이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속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다. 현대모비스는 포장전문업체인 서영·대호물류산업에 자동차 부품을 반조립 상태로 포장해 해외에 수출하는 업무를 도급했다. 서영은 아산·울산 소재 자신의 공장에서, 대호물류산업은 아산·경주 소재 공장에서 포장업무를 했다.

현대모비스 수출용 부품 품질검사 협력업체(신진테크·경보산업)에 소속된 김씨 등은 서영과 대호물류산업에서 CKD(반조립제품) 검사원으로 일했다. 김씨 등은 2017년 7월 "현대모비스 품질팀으로부터 직접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모비스측은 자신들은 도급인으로서 지시 이외에 사용자 지위에서 지휘·명령을 한 사실이 없고, 김씨 등이 현대모비스 공장이 아닌 서영·대호물류산업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파견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현대모비스가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고, 원청 품질팀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원청 사업에 편입됐다고 봤다.

실제 현대모비스 품질팀 직원들은 서영·대호물류산업에서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들과 함께 카카오톡 그룹채팅을 개설해 수시로 CKD 품질관리 업무와 관련한 지시를 하고, 품질검사 진행상황·이행결과 등을 보고받았다. 서영·대호물류산업 사무실에는 현대모비스 품질팀 직원들이 근무할 수 있는 책상·사무집기도 있었다. 수시로 방문하거나 상주해 근무했다는 말이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품질 교육과 근태 관리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사무실이나 공장 외 장소에서 근무하더라도 업무수행방식이 현대모비스 소속 노동자 업무와 유기적으로 관련돼 있고, 실질적으로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파견관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최종연 변호사는 "대법원이 근로자파견 기준으로 제시한 '사업 편입'에 대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제3자 업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더라도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을 따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인정했다"며 "통상적인 원·하청을 넘어 다수 당사자 간 파견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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