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불붙기 시작한 검찰개혁 요구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민 열망이 클 때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사법개혁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만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별도기간 없이 29일부터 본회의 상정과 표결이 가능하다"며 자유한국당을 압박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올해 4월 선거제·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함께한 야 3당과 원외 정당·시민사회단체는 더불어민주당에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 우선처리’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거대 양당 합의로 사법개혁 법안이 먼저 처리되면 선거제 개혁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함께한 야 3당은 선거제·사법개혁 완수를 위한 여야 4당 공조를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다.

교섭단체 3당, 선거제 개혁안 이견만 확인

이인영(더불어민주당)·나경원(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선거제 개혁 방안을 협의했다. 이들은 지난 16일에는 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이 참여하는 ‘3+3 회동’에서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해 내실 있는 논의를 이루지 못했다.

3당 원내대표 회동에는 각 당 원내대표가 지명한 김종민(더불어민주당)·김재원(자유한국당)·유의동(바른미래당) 의원이 함께했다. 이들은 1시간3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선거제 개혁 관련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과 관련해 각 당 의견을 듣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 보는 자리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금은 접점을 이야기할 때는 아니다”며 “합의처리 가능성에 대해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추후 비공개 회동을 갖고 한 차례 더 논의를 진행한다.

두 당은 "합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담은 선거제 개혁안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폐지와 의원정수 10% 감축을 담은 지역구 270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열린 교섭단체 3당의 사법개혁 실무협의 역시 성과 없이 끝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 선거제·사법개혁을 위한 공조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제기된다.

여야 4당 공조 다시 될까

전국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미래당 등 원내·외 7개 정당이 같은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명시한 선거제 개혁법안 우선처리를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은 촛불이 만든 정권 아래에서 완수해야 할 최소한의 과제”라며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패스트트랙 연대를 공고히 하고 (선거제·사법개혁 법안이) 국회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처리 순서를 지키라고 요구했다. 손 대표는 “올해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법,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순으로 처리를 약속했다”며 “검찰개혁 요구가 커지자 공수처부터 설치하자며 선거제 개혁을 뒤로 미루는 것은 (선거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도 공직선거법 개정안 우선처리를 강조하며 자유한국당에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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