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체 노사가 임금·단체교섭에서 임금인상분과 사납금 인상분을 동시에 소급해 적용하기로 합의했는데, 합의 전 퇴직한 노동자가 인상된 임금만 받고 사납금 인상분을 반환하지 않았다면 부당이득일까, 아닐까.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1부(재판장 권순일 대법관)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노사가 체결한 임단협만으로 이미 지급된 임금 중 일부를 사납금 인상분이라는 명목으로 반환하는 처분행위는 할 수 없다"고 지난 18일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은 전북 전주의 신진교통에서 일어났다. 이 회사는 택시노동자에게 1일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도록 하는 사납금 제도를 운영했다.

노사는 2008년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40분, 주 40시간으로 하고, 1일 사납금은 7만3천원(1일 2교대 기준)으로 하는 임금협정을 맺었다. 그런데 2010년 7월1일부터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이 시행됐다. 당시 최저임금법 시행을 앞두고 임단협이 난항을 겪자 노사는 2010년 8월께 소급적용과 관련한 합의를 먼저 했다. 회사는 향후 인상된 임금 차액을 노동자에게 2010년 7월1일부터 소급해 지급하고 노동자는 회사에 인상된 사납금을 소급해 입금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노사는 1년여 뒤인 2011년 9월에야 소정근로시간을 1일 5시간, 주 30시간으로 하고 1일 사납금을 4천원 인상하는 내용으로 임단협을 타결 지었다. A씨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근무하다 퇴직해 2011년 임단협을 적용받지 않았다. 회사측은 A씨를 상대로 "2010년 7월1일부터 임단협을 소급 적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으므로 실제근무일수에 사납금 인상분 1일 4천원을 곱한 금액을 회사에 지급해야 한다"며 부당이득금 등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지급된 임금은 노동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노동자 처분에 맡겨진 것"이라며 "원심이 사납금 인상분 지급의무가 소급해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은 협약자치 원칙의 적용범위나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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