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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 버티다 손 뗍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안타까운 사업 중단 선언고용불안·예산부족·비자율성 '삼중고'
▲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지난해 근속 2년 이상 직원 재계약 문제로 한 차례 파행을 겪은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위탁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센터 운영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직원 고용불안이 심화한 데다, 안전보건공단의 과도한 간섭과 실적위주 평가, 책임의사들의 열정페이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 "12월31일까지만 할게요"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심경이다. 여기까지가 마지막인 것 같다."

송한수 센터장(조선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23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버틸 만큼 버텼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센터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12월31일까지만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공단과 맺은 위탁계약 기간은 내년 12월 말까지였다.

송 센터장은 지난해 2월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근속 2년 이상 노동자 7명의 재고용을 거부하자 "더 이상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며 센터 운영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운영중단 사태가 지역사회 문제로 비화하면서 "대학이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커졌다. 결국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위탁 사업기간 동안 해당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지역노동계의 거센 압박에 '한시적 계약직 2년 이상 계약 불가' 원칙을 예외적으로 뒤집었던 만큼 조선대측은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는 '한시계약직 고용원칙'을 적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2명의 직원이 4월과 7월 계약만료로 센터를 떠났다. 송 센터장은 "내년 1월과 4월, 5월에도 계약이 종료되는 직원들이 있다"며 "이대로는 사업을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내년 말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센터를 재위탁한다 해도 위탁기간 동안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센터에 대한 공단의 과도한 간섭에 지쳐 손을 털고 나가는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대부분 정부 민간위탁사업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이 센터 운영에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민간의 창의성·유연성에 정부의 재정·제도적 지원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와 사뭇 다르다. 관리·감독을 명목으로 한 공단의 일률적 사업 지시와 실적위주 평가 탓에 전국 21개 센터가 실적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길주 센터 사무국장은 이 같은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위탁을 줬으면 어느 정도 자율성을 줘야 하는데, 공단이 전산을 통해 일일이 사업 지시를 했고 그것에 기반한 평가를 받았다"며 "21개 센터가 공단 눈치보기를 하면서 보여 주기식 실적 쌓기에 주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장을 지낸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말이 민간위탁이지 사실상 공단이 직영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센터에 몇명이 왔냐는 양적 지표에 매몰되다 보니 의사들이 창의적·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근로자건강센터 사업 점검할 때"

책임의사 처우문제도 거론된다. 각 센터가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에서 지원받는 1년 예산은 5억8천만원이다. 8년째 그대로다. 직원 인건비와 센터 운영비로 사용된다. 센터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의사 4명의 인건비로 한 해 4천만원을 쓴다. 의사 1명당 1천만원꼴이다. 사실상 식비와 교통비만 주는 수준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의사들이 적게 가져가야 그나마 다른 직원들의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2012년부터 유지된 원칙이다. 문길주 사무국장은 "1억원씩 의사 인건비가 책정된 일부 센터들과 비교했을 때 내부에서 열정페이 논란이 있던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운영위에서 사업 중단을 공식화한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조선대 산학협력단과 협의 후 공단에 사업중단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얘기는 전달받았다"며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최종적으로 사업중단 결정을 내리면 새로운 위탁운영 기관을 공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철갑 교수는 "지역에서 노사와 연계해 직업병 감시체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던 광주근로자건강센터가 '더는 못하겠다'며 나가떨어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근로자건강센터 사업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평가해 봐야 할 시기"라고 주문했다. 근로자건강센터가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지킴이'라는 사업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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