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직장갑질119>

올해 7월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는데도 중소·영세기업은 '직장갑질 지수'가 되레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기업·공공부문 갑질 지수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후 관련 교육 시행 여부, 사내 취업규칙 정비 여부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태점검과 제도 지원, 홍보가 시급해 보인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영향?
1년 전보다 갑질 지수 줄어


직장갑질119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지난 8~15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지수 △갑질 경험·대응 △관련법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갑질 지수는 입사부터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를 41개 문항 지표로 수치화한 것이다. 0점에 가까울수록 갑질이 없고, 100점에 육박할수록 갑질이 심하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가 1년 전에 처음 조사한 대한민국 직장의 평균갑질 지수는 35점이었다.

올해 직장갑질 지수는 30.5점이다. 지난해보다 4.5점 줄었다. 같은해 12월27일 국회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올해 7월16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갑질이 가장 많이 줄어든 문항은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상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42.0점→29.9점) △원치 않는 회식문화 강요(40.2점→30.3점) △상사가 업무지시하면서 위협적 말·폭언·협박(33.8점→23.6점) △부당한 경위서·반성문 작성 강요(30.6점→20.9점) △상사의 성희롱·성추행(26.3점→17.9점)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모욕·회식강요·폭언·반성강요·성희롱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교육 받은 대기업·공공기관 갑질 지수↓
'교육 부족' 중소·영세기업은 갑질 지수↑


눈에 띄는 점은 사업장 규모별 갑질 지수 변화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대기업(37.5점)이 중소·영세기업(28.4점)에 비해 갑질 지수가 높았는데 올해 조사에서 역전됐다. 대기업 갑질 지수는 30.6점, 중소·영세기업은 31.4점이었다. 1년 만에 대기업은 갑질 지수가 낮아진 반면 중소·영세기업은 되레 높아졌다. 공공부문(26.0점)의 경우 1년 전(35.6점)보다 갑질 지수가 9.6점이나 감소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관련 교육경험이 많으며, 취업규칙이 개정된 민간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직장갑질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민간 중소·영세기업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갑질 지수가 증가했다"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실태점검과 제도 지원, 법 시행 홍보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괴롭힘이 줄었다"(39.2%)고 답했다. "줄었다"고 밝힌 직장인을 유형별로 보면 공공기관(49.3%)·행정부처 및 지자체(48.7%)·국내 대기업(38.6%)·국내 중견기업(36.7%)·국내 중소기업(35.1%)·영세 개인사업자(34.5%) 순이었다. 법 시행 전후 교육경험은 공공기관(59.7%)과 대기업(46.4%)이 많았다. 반면 중소기업(22.2%)과 영세 개인사업자(10.1%)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갑질 예방교육을 받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교육을 하지 않은 중소·영세기업에 비해 괴롭힘이 줄었다"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연 1회 의무교육으로 명시된 것처럼,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명시한다면 직장갑질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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