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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 나온 판매서비스노동자] "만삭 때 화장실 앞에 박스 깔고 쉬었어요"환노위 국감 마지막날 백화점·면세점 노동자 증언 … 방송작가·마트노동자 하소연
▲ 강예슬 기자
KBS에서 일하는 신입 방송작가 ㄱ씨는 프리랜서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수시로 밤 10~12시까지 연장근무를 한다. 아직 계약서도 쓰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제작팀에서 할당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정하기는커녕 흔한 재택근무조차 꿈도 꾸지 못한다. 주급 45만원(세전)을 받는 ㄱ씨를 프리랜서 노동자라고 할 수 있을까.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마지막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ㄱ씨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ㄱ씨는 "(자신을) 프리랜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프리(자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방송작가는 대개 방송 회차당 원고료를 지급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방송작가 "프리랜서인데 '프리'가 없어요"

환노위는 이날 노동부를 대상으로 종합국정감사를 했다. 방송작가, 마트노동자,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노동자가 국감장에 나와 자신의 처지를 증언했다. 이정미 의원은 "상근하는 프리랜서노동자를 본적이 있냐"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재갑 장관의 대답은 "철저히 조사하겠다" "검토하겠다" 같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 장관은 “방송작가들의 경우는 고용형태가 다양하다”며 “현재 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으로 방송제작 노동환경을 실태조사하고 있는데 이 실태조사를 근거로 방송작가의 근로자성을 판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유니온지부장은 “실태조사는 방송작가 32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드라마·예능·구성작가 등을 포함해 구색만 맞췄다”며 “그 정도 실태조사로 방송작가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실태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노동부가 움직인다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막내작가라고 불리는 분들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태조사 때 면밀히 보겠다”고 말했다.

"휴게공간 좀 만들어 주세요"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장시간 서서 일하지만 마땅히 쉴 곳이 없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노동자 문제를 지적했다. 구미나 로레알코리아노조 사무국장은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일할 때 임신해서 만삭의 몸이었지만 쉴 공간이 없어 직원 화장실 앞에서 박스를 깔고 쉬었다"고 증언했다. 구 사무국장은 "대형유통사가 (고객이 이용하는) 서비스 공간만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휴게공간·화장실·탈의실을 마련하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갑 장관은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며 “내용을 검토해 조치계획에 좀 더 강화된 내용을 담아 (인권위에) 답변하겠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3조의6 1항에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및 그 세부기준 이행현황 점검 조항 신설 △유통업 종사자 근무실태 점검 △산업안전보건법상 휴게시설 설치·세부기준 미이행시 과태료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했다.

"마트노동자 위해 박스 손잡이 달아 달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거운 박스를 나르는 마트노동자가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노동부에 대형마트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서비스연맹이 지난 6월 공개한 근골격계질환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음료·주류 작업자만 별도로 조사했더니 평균 10.8킬로그램을 하루 약 403회 정도 들었다”며 “미국 산업안전보건원에서 개발한 중량물 기준치를 최대 2.5배까지 초과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재갑 장관에게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 사업장에서 유해요인조사 등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규정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해 달라"며 "박스에 손잡이용 구멍을 뚫기 위해서는 공정을 추가하거나 박스 재질을 바꿔야 하는 부담이 생길 텐데 부담이 중소기업·박스제작업체에 전가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는 박스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무게의 10%가 감소되고 여기에 더해 작업자세를 교정하면 무게를 40%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갑 장관은 “빠른 시간 내에 마트산업노조, 대형마트사, 납품업체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해서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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