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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는 하지만 사과는 없다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결국 사퇴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 질주해 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 국민들께서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죄송스러웠다”고 했다. 현재 아닌 과거 시제로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검찰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더 이상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한다고 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죄송스러웠다는 것인가. 그는 자신의 장관직에 대한 광범위한 국민의 반대로 장관직을 고수할 경우 문재인 정권에게 큰 짐이 되므로 어쩔 수 없이 타의로 사퇴하게 됐음을 인정했다. 왜 그렇게 됐는가. 그는 가족의 일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그렇게 됐다고 한다. 큰 잘못이 없는 온 가족이 자기로 인해 언론·검찰·야당 등으로부터 도륙당해 만신창이가 됐지만 자기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족의 일 때문에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사죄하거나 사과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정의 기수인 양 목청을 높였던 그의 말과 실제 행동이 일치했어도, 그가 셀프 청문회와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사회주의와 결별해 놓고 지금도 사회주의자라고 강변하지 않았어도, 재벌 총수에게 억대 장학금을 받고 그 대가로 수백억원 횡령죄로 구속된 후대 총수의 보석 요청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것을 인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강변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뭇사람으로부터 지탄을 받았을까? 그에게 특권층인 자신과 가족의 고통은 중하지만 그들로 인해 자긍심이 짓밟힌 민중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조국씨의 부인인 정경심씨는 어떤가? 그는 조국씨가 장관직을 전격 사퇴한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그대에게,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라면서 박노해 시인의 시 <동그란 길로 가다>의 전문을 올렸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 절정의 시간도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그리고 “감사했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 어디에도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누구이고, 그대는 누구인가. 그리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가. 그는 조국씨가 사퇴를 발표한 직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직접 국민에게 발표한 것도 아닌 이 발표에서 그는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는 많은 국민들에게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했다.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평가다. 또 송구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사전에 찾아보니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고 돼 있다. 죄송(죄스럽고 황송하다)하지는 않다는 거다. 잘못된 장관 임명으로 두 달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고 국민을 조국 찬반 두 갈래로 찢어발겨 줄 세워 놓고, 수구보수 편도 아니고 자유주의 보수 편도 아닌 힘없고 스피커 없는 대다수 건강한 국민의 목소리를 무참하게 짓밟아 놓고서.

문 대통령은 과거사에 대해서는 자주 사과한다. 제주 4·3과 5·18 광주항쟁, 부마항쟁 등에 대해 국가원수로서 사과한다. 수구세력이 저지른 일이므로. 그러나 현 정권하에서 일어난 일이나 대선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다. 적폐세력과 협치를 도모한 데 대해서, 노동존중을 표방해 놓고 재벌을 우대하고 노동을 홀대한 데 대해서. 민족 자주인 체하면서 미국을 추종한 데 대해서,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지 않은 데 대해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격이 없는 조국씨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놓고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깔아뭉갠 데 대해서. 이런 독선적 태도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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