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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국감 하지 못한 얘기, 해야 할 얘기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1일 끝난다. 올해 국감은 다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를 둘러싼 ‘조국대전’으로 점철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청년일자리 관련 참고인에게 조국 전 장관 자녀 특혜의혹을 질의하는 식으로 조국 따다 붙이기가 유행했고 언론지면을 채웠다. 노동자들의 호소는 뒤로 밀렸다. 올해 국감 평가를 들어봤다.

▲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국감유감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민주노총은 20대 국회의 마지막이 될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총선을 염두에 둔 ‘가짜 국감’이 아닌, 궤도를 이탈해 역주행하는 정부정책을 바로잡을 노조할 권리 보장,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국정감사가 될 것을 기대했다. 이를 위해 팀 드 마이어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정책자문위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몽구·정의선 현대차그룹 총수 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불러 정부정책과 현안 문제점을 파헤치는 노동과 가치 중심의 ‘진짜 국감’으로 만들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핵심 의제와 증인채택 요구는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고,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유실됐다. 심지어 톨게이트 불법파견 비정규 노동자 직접고용 문제는 국정감사가 한창인 와중에도 노동자 개개인에게 결과가 뻔한 사법부 판결을 받아오라는 ‘강제’가 ‘중재’를 대신했다. 대신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키워드는 오직 ‘조국’이었다.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조국 국감’이었다. 노동 사안이 간간이 언급되더라도 여당 의원들은 정부정책 ‘쉴드 치기’에 바빴고, 야당 의원들은 맹렬한 진영논리 공방 끝에 민주노총을 공격하기에 바빴다.

국회뿐만 아니라 노동자·시민이 부정한 지배자를 끌어내리며 제시한 굵직한 사회적 과제는 정치꾼과 일부 세력들의 진영논리로 가득 찬 싸움 와중에 실종돼 버렸다. 덕분에 빈사 상태였던 극우보수세력은 차고 있던 인공호흡기를 집어 던지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 유일무이한 자의적 권력을 가진 검찰로부터 가장 처절한 피해를 본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노동자의 절박한 삶의 현장을 지키고 바꾸기 위한 최우선 핵심 과제조차 추진하지 않는 정부와 국회 국감이 유감인 이유다.

▲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본부 부장

‘조국 국감’ 틈새 뚫은 조교노동자 노조할 권리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본부 부장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국공립대 조교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에 관한 문제가 다뤄졌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교노동자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조교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려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학 내 노동자들이 모두 노조를 하고 있고 이제는 교수에게도 단결권을 보장하는 마당에, ‘외딴섬’처럼 조교에게만 노조할 권리가 박탈돼 있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노동부 장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알아보겠다” “검토해 보겠다”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입법누락’을 시인했다. 공무원·교원 관련 법 개정에 협조하고 조교노동자 노동실태 파악을 약속했다.

여느 위원회와 여느 기관을 불문하고 올해 국감의 주제는 ‘조국’이었다. 국정감사장은 은폐된 사회적 이슈들이 공론장의 영역으로 나와 숨쉬기 시작하는 공간이 돼야 마땅할 텐데, 올해 국감은 ‘조국 감사’에만 열을 올렸다. 이미 쏟아져 나온 수만 건의 기사로 국민들은 장관과 가족 등짝에 점이 몇 개 있는지만 빼고 다 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 마당이다. 정보과잉, TMI다.

그 틈새를 조교노동자들이 비집고 들어갔다. 적어도 노동부 국감에서는 노동을 빙자한 정치쟁점이 아니라 진짜 노동의 현안이 다뤄진 것이다. 국회의원의 지적이 너무도 당연해서, 오히려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입법기관의 날카로운 지적과 행정기관의 ‘쿨’한 수긍, 그리고 당사자의 진실된 호소. 이 삼박자가 단 7분 사이에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노조할 권리의 사각지대가 국감에서 첫 단추를 풀어냈다.

▲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노동자들 왜 투쟁하는지 진단·점검하는 모습 없어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이 국회를 집어삼키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부각돼야 할 사건들을 다루지 못했다. 이를테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대표적이다. 처우개선도 되지 않으면서 또 다른 용역회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자회사 강요 문제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자회사 방식의 제도적 결함을 진단하고 개선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여러 국회 상임위원회에 걸친 문제인데도 일부 상임위, 극소수 의원만 제기하는 작은 이슈로 전락했다.

노동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파업을 중단하긴 했지만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투쟁, 서울교통공사 파업 예고 등의 사건이 있었다. 철도노조는 1차 경고파업을 하고 다음달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국회에 왜 이런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자리는 없었다. 정부 책임은 무엇인지 검토하는 국회의원이 없다.

국민 생활과 직결한 사회적으로 큰 주제인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문제도 다루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야 하는지, 국민연금 보장률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 조 전 장관 문제도 있고,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라는 점에 비춰 봐도 너무나 실망스러운 국정감사다.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 정책을 결산하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 노동계도 반성할 지점이 있다. 우리의 요구를 쟁점화하지 못하지 않았나. 남은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정부정책 문제점과 대안이 종합적으로 다뤄지길 기대한다.

▲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

13년째 이어진 노조파괴의 상흔, 전면조사 이뤄져야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

7월1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 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 두 해고자는 70미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7일로 109일째다. 13년간 해고자로 무너진 노동조합을 다시 세우고자 했던 수많은 시간과 흘렸던 눈물. 그 외롭고 서러운 세월을 끝내려고 고공농성을 택한 박문진 지도위원과 송영숙 부지부장이다.

기획된 노조파괴로, 간부와 조합원을 분리시키는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으로 노조를 떠나게 만들어 조합원 스스로 자괴감이 들도록 무참하게 만들었다. 영남대의료원은 창조컨설팅과 계약해 의도적인 노조파괴 활동을 했다. 노조파괴 계획에 따라 교섭에 불참하고 파업을 유도해서 개악안을 제시하고 단협해지·간부 징계와 해고, 조합원 강제탈퇴로 노조를 무력화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 결과 10명의 간부가 해고되고, 18명의 조합원이 징계받고, 56억원의 손배가압류, 850명의 조합원이 강제탈퇴해 1천명의 조합원이 70명으로 감소했다.

노조파괴의 주범 창조컨설팅이 이렇게 파괴한 사업장이 전국에 14곳이다.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조합원 감소를 목적으로 노조파괴를 치밀하게 계획해 의도적인 노동조합 파괴 활동을 자행한 것이므로 전면적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과 이후 재발방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뤄져야만 노조 정상화와 해고자 원직복직이 제대로 된 원상회복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노조파괴 방지법이 만들어져야 진정으로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국감, 노동자·민중의 고통이 치유되는 장이어야 한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기획국장

악랄한 노동탄압에 맞서 500일이 넘도록 파업 중인 사무금융노조 한국오라클지부, 그리고 노동자에게 개고기 시중과 성희롱을 일삼은 서인천새마을금고 이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사무금융노조는 김종훈 민중당 의원의 도움으로 외국계 유한회사의 조세회피와 노동탄압을 제기했다. 이후 문건 한국오라클 대표이사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각각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단 한 번도 교섭에 나오지 않던 문건 대표가 지난 11일 대표교섭에 참여했다. 그리고 노조전임자 인정과 사무실 제공 등 기초적인 협약을 맺자는 공감대를 마련했다. 민우홍 서인천새마을금고 이사장은 14일 환노위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낱낱이 밝혀진 그의 행태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조차 성토를 쏟아 냈다. 그리고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행정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한다. 그러나 올해 여야 간 대립을 넘어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국민은 달을 보라고 가리켰으나 정작 ‘조국’이라는 손가락을 쳐다봤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이번 기회에 상시국감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왜냐하면 국정감사는 민의가 수렴되고 노동자·민중의 고통이 치유되는 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투쟁사업장들이 국감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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