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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장 LG유플러스가 책임져라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대표적인 통신기업 중 하나인 LG유플러스가 도처에서 말썽이다. 지난 7월 LG유플러스 자회사인 홈서비스센터 노동자 김태희씨가 인터넷 개통작업을 하다 추락한 지 세 달이 지났는데도 원청 사용자인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책임 인정과 안전대책 마련 요구를 외면했다. 김태희씨는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산업재해율이 전체 통신업보다 17배 높다”는 조합원의 발언처럼,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LG유플러스가 나서야 하는데 아직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방송사 인수합병과 외주하청 노동자 산재 문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LG유플러스는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고 있다.

더구나 막바지에 이른 CJ헬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희망연대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공공성과 지역성, 일자리 보장” 요구를 무시한 채 덩치 키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이용자들을 빼내 LG유플러스 상품으로 묶어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용자들을 수익창출 대상으로 보고,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할 뿐이다. 결국 ‘나쁜 인수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수합병 과정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마무리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심사를 거쳐 종결되므로 정부 책임도 무겁다. 하지만 지역성과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공공성 보장’을 최우선으로 심사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정부는 통신자본을 규제하거나 제재하지 못하고 재벌미디어 시대를 부추기는 꼴이 된다.

피인수기업인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서울 상암동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 투쟁을 한 지 벌써 22일째다. 산재사고를 당한 동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도 지난 14일 저녁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했다.

LG유플러스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감행하기도 했다. 직접고용 정규직이 된 LG유플러스 수탁사 노동자들처럼 CJ헬로 노동자들도 인수합병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는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 가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인수’가 될 수 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된 산재사망사고 관련 원청사용자 책임 문제도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 논의로 이어져 진전되고 있다.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LG유플러스는 이제라도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은 원청 사용자도 함께 책임져야 마땅하다. 김태희씨 중대 산재사고와 관련해 홈서비스센터 인터넷 설치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안전에 대한 원청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더 이상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옥상이나 전봇대에 놓인 중계기를 낮추고 2인1조 작업을 해야 한다. 딜라이브가 노사합의로 중계기를 바닥에 설치한 선례가 있다. LG유플러스는 원청 사용자로서 산재사고 예방과 위험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후속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좋은 인수’ 사례가 되려면 먼저 이용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가입자 빼내기와 상품 전환 강요를 중단하고 인수합병 후에도 케이블방송 품질을 유지·개선하기 위한 활성화 방안과 투자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둘째, 지역채널 제작시설을 소규모 지역 단위로 확대하고 지역 방송콘텐츠 제작 재원 마련·사용과 관련해 이용자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독립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셋째, CJ헬로 외주업체를 앞세워 진행 중인 상시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CJ헬로 고객센터 외주업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상호 책임을 동반하는 성실한 노사협의는 필수다.

LG유플러스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노동자들을 저버린 무노조 삼성처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인지, 재벌 사업장에서 ‘좋은 인수’를 통해 다치거나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는 바람직한 사례를 남길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LG유플러스가 그룹 경영이념인 ‘인간 존중’과 ‘고객가치 창조’에 걸맞게 자신의 역할을 책임 있게 다하길 촉구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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