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9월 급여부터 집배 보로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집배 보로금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집배업무 종사자 사기 진작을 위해 1993년 제정한 우정사업본부 집배 보로금 세칙에 따라 매달 지급하는 일종의 성과급이다.

16일 우정노조와 집배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예산에 늘어난 집배원 규모에 따른 집배 보로금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9월 급여부터 집배 보로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정직 공무원과 별정집배원은 월 평균 11만원 수준의 집배 보로금을 급여와 함께 받았는데 지난달부터 지급이 중단됐다.

올해 집배 보로금을 받는 우정노동자는 지난해보다 1천440명 늘었는데 집배 보로금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151억원만 편성됐다. 늘어난 집배원 수만큼 집배 보로금 예산이 증액되지 않아 벌써 동이 난 것이다. 올해 말까지 부족한 집배 보로금 예산은 76억원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집배 보로금을 체불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부터 가을 무렵이 되면 집배 보로금 예산이 떨어졌다며 체불한 뒤 이듬해 지급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집배 보로금 예산이 공무원 급여 항목이 아닌 복리후생비 항목으로 배정돼 있기 때문이다. 집배 보로금 예산은 최근 3년간 단 한 푼도 증액되지 않았다.

우정노조는 "정부가 집배 보로금 예산 과목을 공무원 급여 항목이 아니라 복리후생비 항목으로 배정해 놓고 늘어난 인력만큼 예산을 주지 않아 국가가 공무원 임금을 체불하는 사태를 만들었다"며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로 생사의 문턱에 서 있는 우정노동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 우정사업본부가 집배 보로금 예산을 올해보다 57억원 증액한 208억원으로 잡았는데,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동결해 버렸다.

우정노조는 "집배 보로금 미지급은 임금·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집배 보로금을 복리후생비가 아닌 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는 취지의 법정소송도 준비 중이다.

집배노조도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이들은 "집배 보로금을 체불한 데다 올해만 12명의 집배노동자가 숨진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철저한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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