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총파업을 계기로 시장의 힘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상당수 노조가 파업불참을 선언하거나 파업참가율이 부진한 배경에는 시장이 파업참가은행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은행노조원들은 일부 기업자금이 파업불참은행으로 이동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됐다. 파업을 앞두고 파업참여은행에서 고객돈이 대거 빠져나와 파업불참은행으로 대이동을 했다.

국내외 증권시장에서는 파업불참은행의 주가와 해외주식예탁증서 값은 뛴 반면 파업참여 은행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재무구조가 우량한 은행중 상당수가 초기부터 파업불참을 선언함에 따라 파업참여가 곧 부실은행으로 인식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이같은 상황은 가속화됐다.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자 각 은행은 속속 정상영업 파업불참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시장의 힘이 은행 노조원들을 파업대열에서 이탈하게 만들었고 이는 파업을 조기에 끝나게 만든 주요인이 된 것이다.

○은행파업에 고객돈 대이동

총파업 찬반투표가 실시됐던 3일부터 시중자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들어있던 고객 돈이 파업참여은행에서 불참은행으로 대거 이동했다.

신한 하나 한미 등 앞서 파업불참을 선언한 3개 은행에는 8일까지 2조원의 수시입출금식 들어왔다. 농협도 이달들어 저축성예금이 1조원이상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파업전날인 10일 더 심화됐다. 이날 하루동안 신한3798억원, 하나 3128억원 한미 3678억원 등 3개은행의 수시입출금식 계좌에 1조원이상의 돈이 몰렸다.

이들 3개 은행의 총수신고는 한미 9292억원 하나 7369억원 신한 5895억원 등 이날 하루동안 모두 2조2556억원이 늘었다. 파업 불참을 선언했던 제일은행도 10일 하룻동안 예금이 1조2891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파업 강행은행으로 인식됐던 한빛 조흥 외환 등 3개은행의 요구불 예금계좌에서는 기업 보험 증권사와 개인들의 단기예금이 썰물처럼빠져나갔다. 이동자금중 상당수는 기업자금이어서 파업후 주거래은행변화까지 예상되고 있다.

○시장의 힘이 파업이탈 강요

파업불참은행으로 고객돈이 몰리자 나머지 은행들도 속속 본점차원에서 노조원들이 파업불참을 선언하는 등 파업대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시장의 힘이 은행들을 파업에서 이탈하게 만든 것이다.

주택 국민은행은 올들어 집중적으로 유입되던 시중자금이 파업투표이후 감소세로 돌아서자 곧바로 7일 파업기간중 정상영업을 선언했다. 이는 곧바로 한빛 조흥 외환 등 주요 시중으로 확산됐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우량은행이 언제까지 우량은행이 될수는 없다. 고객과 투자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시장의 힘이 무서운줄 알아야 한다"며 정상영업을 독려했다.

주택은행은 8일 본점 노조원들이 파업불참을 선언했고 10일에는 전국영업점에 은행이 내건 정상영업 안내문과 함께 노조의 파업불참 안내문을 게시했다.

국민은행도 곧바로 9일 본점의 파업불참을 결의했고 평화은행도 합류했다. 파업전날인 10일에는 한빛 조흥 외환 산업 기업 광주 등 사실상대부분 은행으로 본점과 영업점의 파업불참 결의가 잇따랐다.

파업첫날 금융노조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이탈 조합원이 잇따랐다. 주택은행은 100%, 국민은행은 96%의 정상근무율을 보였다. 나머지 은행들도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의 업무복귀가 잇따랐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정상영업을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파업참여율이 높았던 외환은행과 제주은행 노조마저 이날 낮 파업철회를 선언하고 조합원의 업무복귀를 명령했다. 결국 파업의 힘은시장의 힘에 밀려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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