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으로 차별해소를 추진하는데도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비정규직(기간제)을 차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에서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본다.

복리후생·각종 수당 비정규직은 '제외'

노사발전재단 차별없는일터지원단 전북사무소는 올해 4월부터 6개월간 전라권 자치단체 11곳(광역 1곳·기초 10곳)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차별 여부를 진단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전북사무소는 동종·유사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무기계약직) 1년차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자치단체 제 규정과 단체협약·임금대장을 확인해 구체적인 차별 사실을 확인했다.

전북사무소 진단 결과 11곳 모두 비정규직 차별이 심각했다. 차별은 관공서공휴일·정액급식비(중식비)·명절휴가비·가족수당·자녀 학비보조수당 같은 복리후생영역에서 발생했다. 11곳 중 6곳의 자치단체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유급으로 보장해야 할 공휴일을 공무직은 유급으로, 비정규직은 무급으로 처리했다.

중앙정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수행하는 자치단체들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예산에 관공서공휴일은 무급으로 돼 있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자치단체가 채용한 모든 비정규직의 관공서공휴일을 무급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전북사무소에 설명했다.

자치단체 7곳은 공무직에게 월 7만~13만원의 중식비를 줬지만 비정규직에게는 중식비를 주지 않았다. 8곳은 비정규직에게 명절휴가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공무직에게는 기본급 120%를 설·추석 때 각각 60%씩 분할해 지급했다. 자치단체 9곳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지급해야 하는 가족수당을 비정규직에게만 주지 않았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실비로 지급하는 학비보조수당 역시 비정규직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10곳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학비보조수당을 못 받았다. 공무직들은 직무·경력과 무관하게 수당을 받았다.

이 밖에 교통보조비·가계보조비·상여금·대민활동비·업무수당·정근수당·병가 등 공무직들에게는 직무·경력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비정규직들은 받지 못했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연중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업무'를 상시·지속업무로 규정한다. 정규직 전환대상이라는 얘기다. 기간제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전북사무소에 따르면 전라권 지자체들은 가이드라인을 피하기 위해 기간제 계약기간을 8개월로 책정하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자치단체 기간제 전수조사 시급"

전북사무소 관계자는 "지자체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이 시행된 뒤에도 개선되지 않았다"며 "예산 문제를 말하는 자치단체도 있지만 대부분 관행적으로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1월1일부터 상시 300명 이상 기업에 관공서공휴일 유급화가 적용되는데, 지자체 비정규직만 유급에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부 지자체는 관공서공휴일 무급처리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북사무소는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전국 대다수 자치단체 상황이 전라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6개 기초단체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지자체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중앙부처가 강제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자체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처우에 편차가 큰 만큼 행정안전부를 통해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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