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하청업체들에 '공동교섭단' 구성을 요구했다. 노사가 함께 임금체불 위기 대책과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10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8일 도장부 소속 11개 사내하청업체에 도장 1·2부 부서 단위로 사용자단체 성격의 공동교섭단 구성을 요청했다. 지회는 지난 2일 건조부 소속 15개 업체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회 관계자는 "정식 단체교섭 요구는 아니다"며 "부서별 5~6개 업체씩 공동으로 임금체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임금체불은 2016년부터 지속된 고질적 문제다. 올해의 경우 2월을 제외한 모든 달의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다. 9월분 월급을 받는 날인 이날도 건조부·도장부 하청노동자들이 적게는 10%, 많게는 40%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다.

하청노동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임금체불의 원인을 현대중공업의 '선 공사 후 계약' 관행에 있다고 지적한다. 선 공사 후 계약은 하청업체가 원청 요구에 따라 미리 물건을 제작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하청업체들은 원청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한 뒤 주는 대로 기성금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작업에 투입한 비용보다 적게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임금체불로 이어진다.

지회가 임금체불이 됐다고 해서 하청업체들을 고용노동부에 고소·고발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회 관계자는 "원청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우리도 업체들을 고소·고발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며 "업체를 상대로 무리한 임금인상을 할 생각이 없고, 함께 협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업체들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원청 눈치가 보인다"거나 "체불기성금 때문에 노조 요구를 챙길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업체 대표들의 전화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회 관계자는 "2016년 25개 업체에 개별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가 1개 업체만 남기고 모두 폐업한 바 있다"며 "구조조정 상황과 맞물리긴 했지만 노조가 속한 업체들이 다 폐업하면서 업체 대표들도 '블랙리스트 트라우마'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청 노사가 함께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만으로도 원청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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