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국내 관광진흥 방안의 하나로 주5일 근무제를 거론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노·사·정 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원칙적으로 연내에 ‘주5일 근무제’ 를 도입한다는 방침. 노동부는 노사정위가 지난해 10월 23일 ‘주40시간 근로시간 도입’ 과 ‘국제 기준에 맞는 휴일·휴가제도 개선’ 등 총론에 합의함에 따라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을 거쳐 올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사 간에 아직 입장 차이가 커 최종 합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 정부 = 노동부는 ‘주5일 근무제’ 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지난해 주 47.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크게 위협, 우리나라가 ‘산재 왕국’ 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는 것.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근로자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덜어주고, 여가시간이 늘어나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의 기회도 확대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 가정 피폐화와 청소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호진 노동부 장관은 최근 노사정위를 방문, “근로시간 제도 개선은 정부가 추진을 약속한 사안”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 노동계 = 노동계도 원칙적으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재계의 지적에는 “선진국들은 이미 1970년대 이전에 이를 실시했고, 현재 우리경제 수준에 훨씬 못미칠 때였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시기상조가 아니라 너무 늦었다”며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에만 미루지 말고 주도적으로 나서 해결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노동계는 그러나 “주5일 근무도입으로 현재보다 근로조건이 저하되면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월차 휴가에 대해서도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저 20일(월차 12일, 연차 10일)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 시간 외 근무수당에 대해서도 50%를 할증하는 현행제도를 유지하고, 생리휴가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 재계는 기존의 연월차 휴가 제도를 고치지 않을 경우, 기업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영배 전무는 23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앞서 현재의 월차 휴가 등 ‘주6일 근무제’ 를 전제로 한 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현재 7가지 선결 조건을 내걸고 ‘주5일 근무제’ 를 조건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경총이 제시한 조건은 ▷유급 월차 휴가 및 생리 휴가를 폐지할 것 ▷연장 근로에 대한 할증 임금률을 현행 50%에서 ILO(국제노동기구) 수준인 25%로 인하할 것 ▷연차 유급 휴가(근무 연수마다 1일씩 휴가가 늘어나는 제도)에 상한선을 도입할 것 ▷농림·수산업 외에 다른 업종에도 법정 근로시간 예외를 인정할 것 ▷업종별·기업 규모별로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차별화할 것 등이다.

“만약 노동계 주장대로 임금 삭감없이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면, 임금이 14.4% 인상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게다가 4대보험 분담금, 법정 퇴직금, 법정 수당 등의 인상 효과까지 감안하면 실제 기업이 부담하는 추가 비용은 훨씬 많아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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