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 독일 등 유럽 일부국가를 제외하고 이미 은행 등 금융기관의 파업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이는 각국 사정에 따라 이유는 다르지만 금융종사자들이 소수 특권층으로 분류되고 유연한 노동시장이 존재하는 데다 구조조정이나 금융개혁의 불가피성을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는데 있다.

또 우리나라처럼 `관치 시비'를 일으킬만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금융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화이트칼라(White-color)'혹은 `골드칼라(gold-color)'의 소수엘리트층으로 분류된다.

은행 증권 보험 신탁 등 각 업무영역을 넘나드는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투자은행의 금융기관 직원들이 고액연봉을 받는 MBA출신이 많다.

이들은 점포에서 예금을 받거나 브로커 역할을 하는 텔러 집단과는 구분되고 `은행원의 파업'은 이미 넌센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물론 기본적으로 노동시장 자체가 유연해 실직에 대한 개념이나 연공서열 등에 민감하지 않은 점도 이유다.

또한 금융합병이나 구조조정에 대한 불가피성을 경영진과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점도 들 수 있다. 이같은 `공감대'는 세계적인 대형화·겸업화 추세와 더불어 금융기관 간 M&A의 활성화 등 `대세'를 인정하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사례

영국의 대처수상은 취임 직후 79년의 금융개혁에 이어 86년에는 `빅뱅(Bigbang)'으로 불리는 증권시장 개혁을 단행했고 업무간 영역을대폭 철폐해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합병과 상호간 진출경쟁 등으로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금융기관종사자들이 임시직으로 전환했으며 노동조합은 반발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와 탄광노조가 1년여 동안 대립하는 등 파업에 따른 경제위축과 실업급증 등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사회분위기 아래서 결국 노조가 정부의 구조조정책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프랑스 또한 80년대 중반 금융개혁 이후로 일시적으로 금융기관의 파업이 격심했으나 임금-근로시간 변동제가 적용되는 등 노동시장의 변화와 더불어 금융기관 파업은 자취를 감췄다.

자산 규모 135조엔으로 세계순위 1위 덩치를 자랑하는 미즈호 그룹을 비롯해 나머지 스미토모-사쿠라 등 합병은행 규모가 세계 2,3,5위를 차지하는 일본의 경우도 주목된다.

일분은 이같은 대형합병 속에서도 경영진과 직원의 상호간 이해와 불가피성의 공감으로 큰 충격없이 선진화의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이다.

@독일 등 사례

반면 독일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노조가 강경하게 대립했던 대표적인 케이스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금속노조와 더불어 금융노조가 가장 강경한 노조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80년대 금융개혁의 와중에서 파업 등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독일식 은행자본주의 모델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산업노조가 정부측의 지주회사법 대안으로 정부에 제안했던 모델이다.

독일이 이같은 독특한 형태의 은행구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은행노조 외에 노조와 경영진 양측의 의사를 모아 경영상 결정을하는 `공동의사 결정법(미트베쉬티뭉스 법:mitbeestimmungs recht)의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국내 금융산업노조의 파업에서도 노조측은 △은행의 자본기반강화 △은행주도의 강력한 기업구조조정 △오너 경영 폐해 불식 △복합경영 △공적자금 부담 최소화 등의 장점을 들어 정부측에 제안한 바 있다.

@한국에 주는 의미

각국의 사례를 보는 시각은 극단적으로 양분된다. 노조의 독일식 은행자본주의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이 시스템으로 인해 독일의 금융시스템이 낙후했다고 지적한다.

재경부 이종구 금융정책국장은 "독일의 경우 산업자본이 축적되지 못한데다 주식시장 등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은행이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낙후되고 있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장 강력한 노조를 가졌던 독일도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형합병과 세계화 추세에는 노사가 공감하고 착실히 따라가고 있다.

이번 국내 금융파업에서 노조가 주장한 `관치금융 타파'와 정부가 주장한 `금융개혁'은 이제 대립을 통해서가 아니라 체계적인 지적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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