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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재심사위 위원장의 위험한 인식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주치의사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은 범죄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과 같다.”

지난달 26일 69차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위원장 윤현덕) 회의에서 윤 위원장이 ‘휴업급여 부지급’ 안건 논의 중 한 말이다. 당시 회의에는 위원장 외에 의사 출신 위원 3명(정형외과 1인, 직업환경의학과 2인)과 법률가 출신 위원 3명이 참석했다. 윤 위원장은 “주치의사 의견은 보지도 않는다”고 단언하는 말도 덧붙였다.

산업재해 사건에서 법원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가져야 할 중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하하는 발언이다.

윤 위원장 발언은 최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지침 적용이 문제된 휴업급여 사건 재심사 과정에서 나왔다. 최근 노동부는 특수상병 환자의 휴업급여 세부 기준(산재보상정책과-3423, 2019년 7월12일)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특수상병 환자의 통원요양기간 중 휴업급여 지급 기준 및 업무처리요령’(2019년 8월2일)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특수상병으로 통원요양기간 중 취업치료가 가능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으면 통원치료일수만큼 휴업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취업치료 여부는 주치의사 소견에 따라 결정하되 필요하면 자문의사에게 자문해 결정할 수 있다.

지침에 따르면 눈·코·귀·입·얼굴·비뇨기 등 상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재해자의 휴업급여 지급 여부와 관련해 치아 단순파절이 아닌 경우 1차 진료계획서 승인기간(통원요양기간)은 원칙적으로 휴업급여를 지급한다. 주치의사 ‘취업치료 가능 소견’으로 2차 진료계획서를 제출할 때에는 재해 당시 사업장 운영 여부, 재직·퇴직 상태, 작업능력평가 등에 따라서 결정하도록 했다. 지침을 제정한 이유는 공단이 ‘휴업급여 지급기준에 대한 지침’ 중 취업 개념을 자영업까지 확대 해석해 위법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한편으로 법원에서 공단이 패소한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 발언을 선의로 해석하면 노동부와 공단 지침에 따라 휴업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취업가능 여부를 주치의사에게 맡기는 것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주치의사는 노동자들 사정을 감안해 유리한 의견만을 기재해 주기 때문이라는 시각에 근거한다.

2018년 공단에 접수된 산재신청건은 13만8천576건이다. 산재신청뿐만 아니라 요양연기(진료계획)·추가상병·재요양·장해급여 등 각종 청구에서 주치의사 소견서 제출은 필수다. 가령 요양급여를 청구할 때 공단 양식에 따라 주치의사가 작성하는 산재보험 초진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요양급여 청구사건에서 의사들은 산재보험 소견서 작성을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 공단이 제시한 초진소견서 양식은 매우 복잡했다. 최근 요양기간이 명시된 일반 소견서 또는 진단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변경되기 전에는 산재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 노동자들이 소견서를 받기는 매우 어렵고, 또한 의사들도 산재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병원을 수차례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고,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일이 빈번했다.

병원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사와 산재노동자는 엄청난 지위 차이가 있다. 대부분 의사들은 노동자 얘기를 경청하지 않으며, 특히 임상의사들은 산재노동자의 형편을 헤아리지 않는다. 장해급여 사건에서는 수술한 의사에게 소견서를 받기 어려워 전원을 신청해 장해진단서를 받으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뿐만 아니라 이번 휴업급여 부지급 사건에서 윤 위원장이 문제 삼은 진료계획서는 주치의사가 작성하지만, 산재노동자를 통해 공단으로 제출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공단에 제출된다. 나중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만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가 주치의사와 ‘공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윤 위원장은 주치의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회의에서 공공연히 언급함으로써 회의의 공정한 운영에 중대한 하자를 초래하는 행위를 했다. 산재노동자의 치료와 수술을 담당하고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오늘도 노동자들은 공단에서 요구하는 각종 소견서 한 장 받기 위해 병원 진료실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산재사고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의사도, 노동자도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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