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수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2019년 5월 하차작업을 하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 박아무개씨의 머리 위로 원목이 떨어졌다.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지만 충격과 부상이 커 며칠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겨우 깨어났으나 뇌내출혈이 심해 기억이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경추와 흉추의 압박골절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두 달 동안 입원하고 퇴원했으나 언제부터 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박씨는 지입차주다. 25톤 카고 트럭의 주인은 박씨이나, 운송사업을 허가받은 사업체(지입회사)에 차량 명의를 넘기고 운행관리권을 위탁받아 화물을 운송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입차주는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지입계약 성격으로 인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박씨와 같은 지입차주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적용한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산재보험법에 특례조항을 두고 보험설계사·골프장캐디·학습지교사·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회원모집인·대리운전기사·건설기계기사 등 9개 직종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화물운송업무는 특례 조항상 9개 직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씨가 중소사업주로서 산재보험에 가입(임의가입)하지 않는 한 산재보험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그런데 올해 6월 고용노동부는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수행 중 발생한 화물자동차 운전자 사고 처리 지침'을 발표하고, 화물자동차 운전자가 사실상 종속관계에서 업무수행 중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을 마련했다.

지침에 따르면 “사실상 종속관계에 있으며,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수행을 지시받았거나 관행적으로 수행한 경우로 업무 지시자의 업무수행 과정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화물운송계약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은 당해 사업장 노동자로 고용된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당해 사업장 유사노동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보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종속관계'가 어느 정도의 종속을 의미하는 것인지,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특수고용직의 산재 적용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위 지침은 환영할 만하다.

지침에 의하면 박씨는 하차작업을 수행하다가 다쳤으므로 산재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적인 화물운송계약에 하차작업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하차작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규정은 없다. 화물운송계약은 목적물을 '인도'해야 완료되는 것으로 볼 것인데, 하차작업을 위해 화물 고정장치를 해제하거나 접안 위치를 변경하다 다친 경우 화물운송계약상 목적물을 인도하다 다친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다른 업무를 하다 다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지침이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 박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다행스럽게도 특수고용직의 산재 적용 확대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화물운전자들도 계약상 업무를 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산재가 전면적으로 적용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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