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환 공인노무사(사무금융노조)

나는 출퇴근하는 전철에서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새로운 기사들을 읽고 네티즌들의 댓글을 구경하는 것을 즐긴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주제의 기사들이 등록되는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특히 노동과 노동조합과 관련한 제목이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기사를 보게 된다. 그러나 나는 노동 관련 주제의 기사를 볼 때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댓글을 보지 않는다. 기사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댓글의 내용은 ‘노조가 왜 파업을 하냐’ ‘노조가 떼를 쓴다’ ‘아무나 파업한다’ 등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댓글 내용과 같이 파업은 정말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걸까.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의 노동법과 판례는 쟁의행위 목적을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것으로 제한해 협소하게 보고 있다. 그래서 회사가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사업부 폐지를 하는 경우 이를 저지할 목적으로 하는 파업은 부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게 되며 금전적 손해배상 및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니고 오히려 대량해고가 수반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과 같은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가 없다. 정작 파업이 필요한 순간에는 파업을 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를 조정전치주의라고 한다. 이는 회사의 중대한 부당행위에 대항해 긴급하게 파업을 하려고 해도 신속히 파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보통 조정기간은 10일로, 이 기간 동안의 파업은 금지된다. 또 법상 조정기간은 10일이긴 하나 추가로 10일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약 3주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파업 개시에 가장 핵심적이면서 어려운 과정은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이다. 이는 파업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라 단순히 100명 조합원 중 ‘51명만 찬성해도 되는 것 아냐?’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찬성률은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도를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에 90% 이상의 찬성을 얻기 위해 조합원들을 설득해야만 한다. 간신히 50%를 넘는다면 그 파업은 오래갈 수 없고 사용자에 대한 압박이나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도 어려워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회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듯 조합원들도 각자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파업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 설득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여기에 암암리에 벌어지는 회사의 투표 방해는 덤이다.

어렵사리 노조가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그러나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파업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참가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당분간은 감수할 수 있으나 언제까지 일을 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과 가족들 걱정은 조합원들을 쉽게 불안하게 하고 이탈하게 만든다. 또 파업한다고 식사를 거르는 것도 아니고 여름에는 더위를 이겨 내야 하며, 겨울에는 핫팩이라도 있어야 추위를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노조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파업을 할 수 없다.

특히 사무서비스직군의 파업은 더 힘들다. 전통적으로 파업이라 함은 계속 가동해야 할 공장을 멈춰 회사의 재화·판매에 차질을 주도록 압박하는 것인데, 사무직군에서는 멈출 공장이 없다. 일을 하지 않으면 복귀 후 해야 할 일만 잔뜩 쌓이게 되는 것뿐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비조합원들이 쉽게 업무에 적응해 회사 운영에 대한 타격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사무직군 파업의 어려움에 한몫한다.

위와 같이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절차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러 제약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파업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댓글을 쓰는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동조합을 비난하기 바쁜 현실이 참으로 슬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동법 개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정부입법안에는 파업시 직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과 같은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 추가돼 있다. 심지어 향후 국회의 여야 협상 과정에서 경영계가 줄기차게 원하던 대체근로 허용이나 쟁의행위 제한과 같이 반노동적 규정이 삽입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진실 왜곡과 오해가 있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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