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짧게는 8년, 길게는 40년간 옥외에서 일한 두 명의 배전전기원 노동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기저세포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저세포암은 피부암의 일종이다. 전봇대 위에서 일하는 작업 특성상 전기원 노동자들은 거의 매일 하루 8시간 이상 야외에서 자외선에 노출된 채 일한다.

기저세포암은 피부 밑 세포를 손상시키는 자외선에 많이 노출됐을 때 생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자외선을 1군(Group1) 발암인자로 규정한다. 하루 종일 땡볕에서 자외선을 쬐며 일하는 옥외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대책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기저세포암 걸린 전기원 산재 신청 예고

30일 광주근로자건강센터(센터장 송한수)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전기원 노동자 서아무개(59)씨와 박아무개(59)씨가 최근 3개월 간격으로 각각 기저세포암 진단을 받았다.

전남 강진에서 일하는 서씨는 어느 날 오른쪽 눈썹 윗부분에 사마귀 같은 혹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해당 부위에 상처가 나면 피가 멈추지 않았다. 서씨는 올해 4월 조선대병원에서 기저세포암 진단을 받고 절제술을 받았다. 1979년 전기일을 시작한 서씨는 40년간 하루 8시간 이상 야외에서 전봇대에 올랐다. 지금은 두건이라도 쓰지만 예전에는 맨 얼굴로 작업했다고 한다.

전기원 노동자들은 25~30킬로그램 장비를 허리에 차고 전봇대를 오르내린다. 호흡에 답답함을 느껴 두건을 벗고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전남 나주에서 8년간 전봇대 설치와 배전설비를 설치·유지·관리·보수하는 일을 한 박씨도 두건을 벗고 내리쬐는 햇볕을 정면으로 받으며 일한다고 했다. 박씨 이마에 생긴 종괴에는 궤양이 생겼다. 서씨와 유사한 증세로 7월 전남대병원을 찾았다가 기저세포암 확진을 받고 수술했다.

서씨와 박씨는 "옥외작업을 하면서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암에 걸렸다"며 1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에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한다. 자외선 노출을 이유로 한 산재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외선 받으며 일하다 암 발병, 업무연관성 높아"

8월 광주근로자건강센터에서 서씨와 박씨를 상담한 송한수 센터장은 "자외선 자체가 기저세포암과 관련성이 높다"며 "야외 작업자인 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일했기 때문에 서씨와 박씨가 다른 사람보다 자외선 노출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원 노동자들이 야외에서 일하다 얻은 피부암은 업무연관성이 크다는 의미다.

센터는 비슷한 시기에 염증성 피부질환인 주사(Rosacea) 증세를 호소한 전기원 노동자 두 명을 상담했다. 주사는 얼굴의 홍조와 모세혈관 확장, 구진·부종·농포 등을 보이는 피부질환이다. 자외선·더위·땀과 관련돼 있다.

송 센터장은 "옥외노동자들에게서 기저세포암뿐만 아니라 자외선 노출 관련 피부질환이 발견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자외선 노출시 암 발병 사실 자체를 모르는 만큼 옥외작업시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암 발생위험 교육을 하고, 적정 보호구를 착용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센터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가 폭염·한파·미세먼지에 노출된 채 일하는 옥외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사시사철 내리쬐는 자외선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만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문길주 센터 사무국장은 "농민과 철도·도로 보수 노동자, 건설·택배 노동자, 경찰공무원 등 최소한 300만명 이상 되는 옥외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실태조사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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