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산업은행은 회색지대에 서 있는 금융기관이다. 산업 육성이라는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하나부터 열까지 외부의 간섭을 받으면서도 일반은행과 경쟁해 수익을 내야 한다. 정부의 산업정책에 의해 경영 방향이 정해진다. 그러면서도 실적이 저조하면 수시로 책임을 추궁받는다. 산업은행 노사 스스로가 기관의 운영방향과 노동조건을 정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김대업(51·사진)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 인근 한 카페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했다.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관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산업은행에 자율권을 주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독과점적 위치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국책은행들은 다르다. 일반 시중은행과 경쟁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간과 경쟁해야 하는 기관을 위한 별도의 지침이 필요하다.”

올해 산업은행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임금을 0.8% 인상할 예정이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2.0%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산업은행은 2016년 10월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에는 출자회사 관리 강화와 재무건전성 확보, 보수·예산 삭감, 조직 축소 계획이 담겼다. 김대업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결정에 의해 대우조선해양 등에 자금을 지원했는데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산업은행 내부로 돌린다”며 “기관 운영에 자율성 보장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 혁신안 이행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혁신안에는 2021년까지 전체 임직원수를 10% 줄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는 98년 마련한 지침에 따라 명예퇴직시 잔여임금 45% 지급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인 만 55세부터 명예퇴직 대상자가 되는데, 정년까지 5년간 지급률은 290%(연평균 58%)다. 노조가 명예퇴직을 얘기하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임금피크제와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하나 더 드리자는 의미다. 이를 통해 선택에 따라 조기에 제2 인생을 설계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지금의 기재부 지침은 선택지로 고려할 수 없다. 시중은행 기준의 명예퇴직 조건이 필요하다.”

2009년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공사가 분리됐다. 2015년 재결합했다. 이를 기점으로 산업은행의 인력구조가 기형화되고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진단이다.

“조직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바로 둘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재결합 뒤 승진 적체가 심해졌습니다. 내년 신규채용자가 30명 정도인데요. 평년 70여명에 크게 못 미칩니다. 후배들이 적절한 시점에 승진하지 못하면 스스로의 성장과 조직 발전에 한계가 생깁니다. 인력과 예산 운영에 자율성이 부여돼야 이 같은 문제에 해법이 마련될 것입니다.”

- 산업은행 지방이전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전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현업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해 봤다. 산업은행이 일을 혼자 하는 경우는 없다. 정책금융 프로젝트는 협업이 필수다.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가 모두 서울에 구축돼 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금융기관 본점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 대구·전주·부산지역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로 국책금융기관 본점을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논리와 타당성 없는 이기주의다.”

김대업 위원장은 2014년부터 지부를 이끌고 있다. 현 집행부 임기는 올해 말 마무리된다. 상급단체의 산별중앙교섭 타결에 따른 사업장별 보충교섭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정책금융 실패에 따른 책임을 임직원들에게 덤터기 씌웠다"며 "조합원들이 이를 견디며 10년 가까이 묵묵히 일해 이제 다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보상 방안을 마련해 조합원들이 국가대표 정책금융 기관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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