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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어디까지 왔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첫 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을 선택해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를 만났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정부는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정규직 전환 계획을 세우고 시간표를 만들어 추진했다. 전환 대상자 절대다수가 정규직이 됐다는 자화자찬도 있지만 전환 배제나 자회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야 할까.

▲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곤혹스러운 정부 정책으로 전락한 듯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는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의 하나로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카드를 사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였고, 가이드라인에서 이전 정부보다 전환 대상의 폭을 확대한 점에서 전향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다만 이행을 위한 조건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추진하다 보니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공무직과 무기계약직이 과거보다 더 많이 양산되면서 처우개선 문제가 불거지고, 자회사 관련한 갈등도 터져 나오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을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던 계획도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권 초기 불법파견과 같은 민간부문에서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고용노동부가 개입하는 상징적인 모습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전임 김영주 장관이 추진했던 이 같은 모습은 지금 노동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준비하지 못하고 추진하다 보니 정규직 전환이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정책 이슈로 전락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은 노동정책의 전반적 기조가 후퇴하면서 유야무야됐다. 1·2단계 정책과 같은 강력한 추진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민간위탁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고 처우를 개선을 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전반에 대해 아쉽다고만 표현·평가하기에는 나타난 문제점이 적지 않다.

▲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전환 이후 공공부문 노사관계·인사관리 종합계획 수립 필요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출발했으며, 이 정책은 노동계와 국민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정부 정책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추진된 정규직화 사업(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 중 90.1%인 18만5천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 가운데 84.9%인 15만7천명이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은 규모나 추진 상황을 볼 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약 20만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고용 불안에서 벗어났고, 부족하지만 처우도 개선됐다. 하지만 일부 자회사 전환 사업장의 부정적인 사례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훼손하고 효과성을 떨어뜨린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 정책의 최종 목표는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완화에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이 민간부문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제 전환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인사관리·단체교섭 방안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자회사 운영 관련 통일적 지침 만들어야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현재 진행 중인 3단계 민간위탁사무 정규직화의 경우 생활폐기물·전산유지보수·콜센터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상수도검침은 1단계로 분류돼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규모가 꽤 많다. 하지만 개별기관들이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게 문제다. 상수도검침과 생활폐기물은 지자체 소관인데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노동부가 지자체를 관장하지 못하니 행정안전부와 함께 종합적 대책을 만들어 끝까지 챙겨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회사일 것이다. 자회사로 전환하면서 용역회사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정부합동으로 내놓은 게 ‘바람직한 자회사 운영모델안’이다. 하지만 실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각 기관에 대해 특별히 어떻게 하란 말이 없다. 이러니 자회사 노동자는 애초 약속과 다르다, 몇 달 지나고 보니 용역회사 같다, 직접고용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 거다. 자회사 운영과 관련해 통일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정말 용역회사처럼 되면 정규직 전환 의미가 훼손된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규모도 중요하지만 고용의 질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정규직 전환했는데 또 비정규직을 뽑으면 안 된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원·하청 교섭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공공기관이 앞장서 위험·죽음의 외주화 문제 해결하라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외주화는 노동자 안전과 건강 위험을 높인다. 우리는 여러 사망사고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가 어떤 참혹한 결과를 낳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한 사업장 내 특정업무가 외주화돼 여러 업체가 존재할 때 업무가 분절되고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외주업체 노동자는 도급업체의 물리적 환경, 업무 진행 관행, 조직문화 등에 익숙하지 않아 위험을 알지도 못한 채 일하게 된다. 다수 외주업체들은 노동력 공급업체, 인력 파견업체 수준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 건강, 안전관리 능력이 없어 노동자들을 위험에 방치한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외주화 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외주업체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도급업체가 자회사를 세워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도 노동자 건강, 안전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된다. 아무리 자회사라도 ‘업체’가 다르면 업무 분절화, 의사소통 단절, 관리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의 공공기관도 경쟁 도입,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많은 업무가 외주화됐다. 이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일 때다.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행렬을 끊기 위해 공공기관이 ‘바람직한 사용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공공기관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그러한 역할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직접고용으로 외주화 폐해 바로잡자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주노총이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등 강력한 공동투쟁을 통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파견·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 1단계는 아직 36.6%가 미완료된 상황이고, 전환 결정된 경우도 공공기관만 따져 보면 자회사 전환 인원이 56.2%다. 지금도 가스공사·발전사·출연연구기관 등 수많은 공공기관이 사용자의 자회사 고집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이후에도 여전히 차별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음은 다 알고 있는 바다. 더욱이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은 추진조차 안 되고 있다. 노동계 또한 초반에는 정규직 전환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과제였으나, 지금은 비정규직 전환 단위만의 문제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를 풀기 위해 우선 정규직 전환 1·2단계의 경우 올해 내로 전환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정 간의 교섭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노조는 임금·단체협약에 정규직 전환을 포함하고 연내 차별 없는 직접고용을 위해 함께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합의가 보여 준 것처럼,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이 아닌 원·하청 구조를 없애는 직접고용을 통해 외주화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전환 노동자의 경우 최대한 기존 정규직과 차별 없는 노동조건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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