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핀테크(FinTech) 확산과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일자리를 둘러싼 금융권 환경이 가파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금융산업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 창출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집중포럼’이라는 타이틀을 걸었다. 이날 포럼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양대 노총·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은행연합회·한국경총이 함께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노사정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금융산업에 혁신을 도입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전성시대에도 은행권 고용 늘어"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위원은 기조발제에서 "은행산업이 3.0 시대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ATM(Automated Teller Machine) 등장과 인터넷 기술·온라인(모바일) 뱅킹에 이어 디지털뱅킹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권 금융 외부에서 성장한 핀테크산업이 새로운 시기를 맞아 서비스 혁신을 은행 내부로 끌어들여 디지털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 전환이 은행산업 구조와 금융시장 경쟁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게 조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지지세력이든 저항세력이든 근시안적이고 즉자적인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은 과거와의 급진적인 단절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정기적으로 종착점은 미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은행산업 구조적 변화와 고용감소 사이에 필연적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 그는 “2000년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전성시대에도 은행권 고용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자동화가 곧 고용감소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디지털뱅킹 혁신을 인력감축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업 위상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대면거래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가상 플랫폼 공간에서 표출되는 금융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은행 프로필 변화에 따라 은행산업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서 요구되는 인재의 역량과 인력 수요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디지털뱅킹이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개별은행 단위 내부시장을 통한 폐쇄적 교육훈련체계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대담함과 일자리 안정 양립 필요"

활발한 인력재배치와 함께 금융사 고용기회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영서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은 “텔러 등 대면채널 인력 재교육을 통해 자산관리 같은 고부가가치업무에 재배치하고 디지털 핵심역량 개발을 위한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과 금융사의 신사업 확정으로 고용기회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테크는 구글·아마존 등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거대 IT기업을 뜻한다.

디지털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골드만삭스의 IT 인력 비중이 27%인데 국내는 4%에 불과한 만큼 은행은 디지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은행의 고용확대가 간접적인 고용창출을 이끌어 내는 만큼 신규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 여신을 9조2천억원 늘렸다. 10만5천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준영 사무금융노조 신한카드지부장은 “노조들이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은 천사와 악마의 이중성을 가지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적 흐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막연한 두려움에 젖어 주저하기보다는 혁신의 대담함과 일자리의 안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오늘과 같이 노사정 각 주체가 지혜를 모아 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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