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개정안을 설명하고 각계 의견을 들었다. <이은영 기자>
공식 집계된 피해자만 6천509명이다. 1천431명은 목숨을 잃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 집단적 피해예방과 구제방안 마련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2011년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이후 원인 규명과 대책을 위한 입법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제대로 된 배상·구제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여당이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을 통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당·정 “집단소송 제기시 정부 지원의무 신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집단소송제 확대 및 개선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 중 하나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개정안을 소개하고 각계 의견을 들었다.

전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집단소송제 도입 및 지원의무 신설 △피해 입증책임 전환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을 통합한 기금 신설이 담겼다. 그는 “사회적 약자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하고 승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피해자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집단소송 제기시 정부 지원에 대한 의무를 신설해 보다 폭넓은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는 다수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의 효력을 함께 공유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증권 분야에 도입됐다. 집단피해 사례가 늘면서 제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지난 18일 ‘생활밀착형 대국민 법률서비스 제고 및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당정협의를 갖고 가습기살균제 등 집단 피해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 확대를 논의했다. 당·정은 집단적 피해의 효율적인 구제를 위해 증거개시명령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증거개시명령제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럼 기업의 불법행위 증거를 밝히기 까다로운 경우 적극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어 피해 입증에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 “변호인단·법률지원센터에서 지원 강구”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폭넓은 피해자 구제방안의 하나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은 물론 BMW 화재사건·대진침대 라돈 검출사건 등 소비자 피해사건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기업은 집단소송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뿐더러 징벌적배상제가 있을 경우 과태료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는 기업으로부터 적극적 피해구제에 나서게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피해 발생을 줄이는 예방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리들을 통합해 집단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수단은 소송비용 부담으로 피해자들이 법정에 서기 힘들 때 적절한 보호수단이 될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며 매우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조현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집단소송 수행에 필요한 지원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집단소송지원변호인단이나 법률지원센터를 통한 지원을 강구하고 향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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