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플랫폼을 이용한 배달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을 보호할 법·제도는 게걸음을 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고 열에 여섯 명은 주 7일 일한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서비스연맹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이 미칠 디지털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보호효과'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플랫폼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사고와 업무상질병에 노출돼 있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미흡한 상태"라며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통과를 촉구했다.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은 지난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했다. 생활물류서비스사업자나 영업점이 종사자 과로 방지·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월평균 수입 320만원, 손에 쥐는 돈은 143만원"

연맹은 이날 토론회에서 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5월 퀵서비스 기사(283명)·대리운전기사(224명)·배달기사(143명) 673명을 설문조사했다. 이 중 배달산업에 종사하는 퀵서비스·배달기사를 살펴보면 퀵서비스 기사와 배달기사는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고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 퀵서비스기사와 배달기사는 각각 월평균 320만원, 39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보험료·이륜차 리스비·수수료 등 업무상 지출비용을 제하고 나면 수입은 반토막 났다. 퀵서비스 기사와 배달기사 순수입은 각각 143만원, 238만원으로 조사됐다. 노동시간도 길다. 대기·준비·이동시간·식사·휴식시간을 모두 제외하고도 퀵서비스 기사와 배달기사의 노동시간은 10시간 정도였다. 10명 중 6명(58.6%)의 배달기사는 토·일 모두 출근한다고 답했다. 퀵서비스 기사는 토·일 출근자가 20.7%로 배달기사보다는 비율이 낮았다. 위험노동에 내몰리지만 퀵서스비스 기사(19.9%)·배달기사(15.2%)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0%가 채 되지 않았다.

김성혁 연맹 정책연구원장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에는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 표준계약서가 명시돼 있다"며 "종사자 처우개선이 기본계획 수립에 포함돼 플랫폼 노동 보호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안 27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운다. 기본계획에는 소비자·종사자 보호 등 생활물류서비스산업 시장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높은 수수료, 중간착취 해결 기대"

현장 노동자들은 반긴다. 박영일 퀵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높은 수수료 문제나 중간착취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창의 서비스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최근 3년간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196명 가운데 28.6%가 배달업 종사자"라며 "이 같은 사고를 줄이려면 법적 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사무국장은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안전조치와 교육, 사회보험, 이륜차 보험 등도 제공하지 못하는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등록제로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의원은 제정안에서 소화물대행서비스사업자가 사업자 인증을 신청할 경우 정부가 재정지원·세제혜택 등을 주도록 했다. 인증제를 활용해 서비스 품질이 높고 근로조건이 우수한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산업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퀵서비스·배달대행업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인증을 원치 않으면 인증을 하지 않고 사업을 해도 된다.

이성훈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장은 "등록제를 도입하면 좋겠지만 첫 단계로 인증제를 도입해서 인증기업 위주로 (인증제를) 홍보하고 혜택을 줄 계획"이라며 "인증기업 위주로 공제사업이든 보험료 할인방법이든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해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표준계약서를 올해 안에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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