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조교노동자 노동실태 및 노조설립 설명회. <정기훈 기자>
대학 내에서 유일하게 단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공립대 조교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 찾기에 나섰다.

전국국공립대조교노조(위원장 박형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상 국공립대 조교노동자는 노조설립이 불가능하다"며 "법 개정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공립대 조교는 학업을 하며 가욋일로 학과업무를 돕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아니다. 3천200여명 중 무려 92%가 비학생 신분이다. 학업을 병행하는 조교는 8%에 그친다. 조교노동자의 노조결성에 결정적인 동기도 '직업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데 있다.

교육공무원 신분인 국공립대 조교는 법관·군인·외무공무원·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특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된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지난 7월 소방공무원과 해직 교사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지난해 8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대학교수의 노조할 권리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지휘·감독을 받는 조교노동자는 특정직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1997년 교육법이 폐지되기 전까지 교직원으로 묶여 단결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조교는 이후 교원·조교·직원으로 법적 지위가 세분화되는 과정에서도 입법 미비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며 "그 결과 조교는 대학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대학은 곳곳에 조교를 투입해 활용하면서도 이들의 노동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달 9일 정부의 교원노조법 입법예고안에 조교의 단결권 보장 내용도 포함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조교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은 1년 단위로 조교를 교육공무원이나 대학 회계직 직원으로 임용하거나 채용하는데, 조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2년 이상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한 조항의 적용제외 대상에 조교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육공무원 정년인 62세까지 조교는 매년 재임용 심사를 되풀이하고 있다. 재임용 권한을 가진 교수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는다. 학과에 보통 1명뿐인 조교들은 초과근로를 다반사로 하지만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상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대상에서 빠져 있어 수당도 못 받는다.

박형도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노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재임용에 불이익이 갈까 두렵다'는 것"이라며 "비록 법외노조로 출발할 수밖에 없는 처지지만 조교의 노동조건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22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면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위헌소송을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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