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광주글로벌모터스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과 이용섭 광주시장 <광주시>
광주형 일자리가 또다시 노동배제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합작법인 설립등기까지 마쳤는데도 노동배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합작법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데다, 현대차 추천으로 선임된 이사가 반노조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노조 이사 해촉하라” vs “빨갱이 발언 한 적 없어”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을 포함한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25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와 현대차 합작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박광식 이사를 해촉하라"고 요구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23일 법인 설립등기를 마쳤다. 대표이사는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다. 나머지 등기이사는 2·3대 주주인 현대차와 광주은행 추천을 받은 박광식 전 현대차 부사장과 고병일 광주은행 부행장이다.

지역 노동계는 박광식 이사가 공장 설립·운영 경험이 전무하고 노동관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현대차 부사장까지 지낸 경력이 있지만 주로 대관업무를 봤기 때문에 자동차공장 임원으로서 부격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의 반노조 성향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 부사장 시절 광주시와 현대차 간 완성차공장 투자협상을 했던 박 이사는 민선 6기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을 지낸 박병규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특보가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주도할 때부터 “노조 출신 빨갱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보는 옛 금속연맹 부위원장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장을 역임했다.

박광식 이사는 지난해 1월 박병규 특보가 경제부시장에 내정되자 투자철회 의사까지 내비쳤다. 당시 협상에 다녀온 실무자들이 광주시장과 부시장에게 박 이사 발언을 보고하면서 광주시가 발칵 뒤집혔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이런 노동관을 가진 사람이 노조 파트너로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박광식 이사는 노동계 주장과 관련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노동이사제 도입 30일까지 답변 달라”

이용섭 광주시장이 19일 열린 광주글로벌모터스 주주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논란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출범한 지난달 20일 노사민정협의회에 불참했다. “합작법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회의 안건에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이달 19일 광주글로벌모터스 주주간담회에서 앞서 열린 노사민정협의회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용섭 시장이 노사민정협의회에 이어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광주형 일자리 정신인 원하청·지역 상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2021년 공장이 가동할 때까지 2년이나 남아 논의기간이 충분한데도 벌써부터 도입 불가를 못 박은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노동이사제 도입 △박광식 이사 해촉 △친환경·친노동공장 설립을 위한 시민자문위원회 구성에 대해 "30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요구했다. 윤 의장은 “노동을 계속 배제한다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손경종 광주시 전략산업국장은 “노동이사제를 당장 시행할 수 없다는 뜻이지 도입 불가를 명확히 한 적은 없고, 박광식 이사가 문제의 발언을 하지도 않았는데 (노동계가) 막연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가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해 9월 광주시와 현대차 간 투자협상에서 배제되자 한 달 동안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난해처럼 광주시와 지역노동계의 냉전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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