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에게 장애인이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범정부·민간이 참여하는 ‘장애인 탈시설 추진단’을 구성하고 탈시설 정책방향과 목표, 추진일정과 예산을 포함한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23일 “스웨덴·미국 같은 국가는 시설 중심 서비스 한계와 문제점을 인식해 1970년대부터 지역사회 중심 자립생활정책을 지향했다”며 “우리나라는 시설·병원 중심 서비스 추세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거주시설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9년 1천19곳에서 2017년 1천517곳으로 48.9% 늘어났다. 거주시설 장애인은 같은 기간 2만3천243명에서 3만693명으로 32.1% 증가했다.

인권위가 2017년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에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비율이 67.0%나 된다. 입소 기간이 10년을 웃도는 경우는 58.0%로 조사됐다. 비자발적 입소 사유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가 44.4%로 가장 높았다. 장애인거주시설은 방 1개에 3~5명이 거주하는 비율이 52.4%, 6명 이상이 함께하는 경우가 36.1%였다. 대다수가 단체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가 없고(38.3%), 식사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75.4%) 경우도 흔하다.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인의 42.6%는 “시설에서 나가 살고 싶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거주시설 장애인은 본인 의사에 반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뒤 10~20년 또는 사망시까지 살고 있다”며 “일부 시설에서는 장애인 학대와 노동착취, 비리 등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인권위는 25일부터 한 달간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 7개 지자체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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