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안전장치 없이 작업하던 6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하청노동자였다.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마련됐지만, 하청노동자들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11시13분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패널공장 서편 PE장에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원양 소속 박아무개(61)씨가 떨어진 천연가스액(NGL) 저장탱크 압력 테스트 캡에 목이 끼여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이 나이지리아 기업 당고테(Dangote)사에서 수주한 대형 NGL 저장탱크 압력 테스트가 끝난 뒤 박씨는 탱크 앞부위인 테스트 캡을 제거하기 위해 용접 부위를 절단하는 작업(가우징)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절단된 테스트 캡이 아래로 꺾이면서 하부에서 작업하던 박씨를 덮쳤고, 본체 철판과 테스트 캡 사이에 목이 낀 박씨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무게가 18톤에 달하는 테스트 캡을 제거할 때는 반드시 크레인으로 상부를 고정한 뒤 작업해야 한다. 현장조사 결과 이런 표준안전작업지침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작업을 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표준안전작업지침을 무시한 채 작업지시를 했고, 현장에 작업 중 튕김이나 추락·낙하 등 위험요소 예방을 위한 위험감시자를 배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외주화 이전 원청 노동자들이 동일작업을 수행할 때는 크레인으로 기압헤드(테스트 캡)를 지지한 후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해 왔다"며 "결국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무리하게 진행된 작업으로 하청노동자의 처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사고 당일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울산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지부는 23일 오전 사고현장에서 추모집회를 연 뒤 원·하청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고발조치한다. 회사에는 사고 관련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사고 당일 논평을 내 하청노동자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현대중공업 원청의 갑질과 착취가 부른 참사"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산재를 포함한 하청노동자 기본권 보장 여부에 원청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동사용자성 입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해양플랜트 화공기기 업체인 ㈜원양에 2003년 9월 입사해 현대중공업에서만 16년째 용접을 했다. 박씨의 아들도 현대중공업 다른 하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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