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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은 불법파견"법원, 전산시스템 공유하는 제조업 전반에 '불법파견' 사실 확인
현대제철과 순천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파견근로관계에 해당하므로 현대제철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광주고법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현대제철이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을 구축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업무수행 상태를 관리했다고 봤다. ME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같은 철강업체는 물론 자동차·식품 등 제조업 전반에서 사용하는 생산관리 전산프로그램이다. 사내하청뿐만 아니라 사외하청까지 폭넓게 사용하는 전산프로그램이어서 제조업 전반이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작업정보, 원청 지휘·명령으로 인정

22일 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광주고법 민사3부(재판장 김태현)는 지난 20일 현대제철 순천공장(옛 현대하이스코) 하청업체 노동자 16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소송을 낸 노동자들은 현대제철 정규직이 하지 않는 업무인 크레인 운전을 비롯해 후처리·롤가공·기계정비·차량경량화·유틸리티(냉난방·폐수처리 등)·실험실·고철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소속이다. 법원은 이들 중 109명은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현대제철 정규직임을 확인하고 현행 파견법 적용을 받는 나머지 52명은 현대제철이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주문했다. MES를 원청의 지휘·명령으로 인정한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원자재 입고부터 최종 생산품 출하까지 과정을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인 MES를 2012년 도입했다.예컨대 크레인을 이용해 공정 간 물류작업을 하는 J업체를 보자. 크레인 운전업무는 2006년까지 현대제철이 직접 수행하다가 외주화했다. J업체 노동자들은 크레인을 이용해 전반 공정에서 입고된 원자재부터 출하 제품까지 운반하는 업무를 한다. 2005년까지 원·하청 노동자가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불법파견' 논란이 거세지자 사무실을 칸막이로 분리하고, 2012년에는 아예 층을 분리했다. 하청노동자들은 현대제철 정규직의 사번을 컴퓨터에 직접 입력해 전산시스템을 이용했지만, MES가 도입되면서 업무는 완전히 나뉘었다. 그 이전까지는 현대제철 작업표준서(지시서)에 따르거나 정규직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는데, MES가 도입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은 크레인에 설치된 단말기 모니터에 입력된 작업내용을 보고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제철 정규직은 중앙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이를 관리한다.

현대제철은 MES가 도급업무를 발주하고 완료된 업무를 검수해 원·하청 업체 사이에 작업정보를 공유하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반 정보가 기록·처리되는 자동전산시스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MES는 단순히 도급업무를 발주하고 일의 결과에 대한 검수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PDA 단말기 같은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제철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측면의 기능이 강화된 시스템"이라고 판시했다.

MES 둘러싸고 엇갈리는 판결 … 대법원 결정은?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법률사무소 새날)는 “법원이 MES를 통한 원청의 작업 지시·관리를 사용자의 지휘·명령 범주로 인정한 것”이라며 “철강업체뿐 아니라 MES를 사용하는 제조업체 전반이 파견근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광주고법 순천지원은 올해 2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MES를 통한 작업 상황이나 정보 전달을 반드시 원청의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법원은 "MES는 공장업무나 제품업무 내용을 구체화한 것일 뿐"이라며 "이런 업무연락을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MES의 작업정보를 원청의 지휘·명령 범주에 포함시킬 것이냐를 둘러싸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법원이 자동차공장에 컨베이어벨트 중심의 연속공정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공정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는 가운데 철강업체도 이런 추세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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