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가 경북 구미 반도체 회사 KEC에 "남녀 간 임금·승진 차별을 해소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노동자들이 차별시정을 진정한 지 1년7개월 만의 결론이다.

인권위는 19일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등급으로 채용해 단순·반복 업무에만 배치하고 승진에 필요한 직무와 직위는 남성에게만 부여한 KEC에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 계획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금속노조 KEC지회는 "2018년 1월 기준 KEC 전체 직원 654명 중 대리급 이상 여성은 1.6%(11명)에 그치는 등 성차별이 발생했다"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지회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20년 이상 일한 생산직 108명 중 여성(52명)은 모두 사원급에 머물러 있었다. 반면 남성 56명은 모두 관리자급으로 승진했다. 전체 생산직 353명을 살펴봐도 여성 151명은 모두 사원, 전체 남성(202명)의 90.1%(182명)가 관리자급이다. KEC는 "제조업무 중 세밀한 주의를 요하는 업무에는 과거부터 여성을 많이 채용했는데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반복 작업이어서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했다"며 "관리자는 설비에 대한 기본지식이나 경험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뤄야 해서 체력이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겸비한 남성이 상대적으로 승격에 유리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생산직 제조직렬은 남녀 구분 없이 3조3교대로 운영되고, 순환근무를 한 것으로 볼 때 남녀 근로자 작업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다"며 "회사가 설비 지식이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남성에만 부여하고 여성에게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아 여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년간 남녀차별을 바로잡으라고 회사에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었던 점에 비춰 볼 때 인권위 권고를 이행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성차별에 따른 임금차별로 당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