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상시노동자 50명 이상 300명 미만 기업이 내년부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을 시행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연근로제 확대나 주 52시간 시행유예보다는 중소기업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10곳 중 9곳 “준비 완료 또는 준비 중”

고용노동부가 50~299명 기업 1천300곳을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내년 1월1일로 예정된 주 52시간 시행준비 차원에서 6월18일부터 7월1일까지 진행됐다.

5월 기준으로 조사대상 기업 중 한 명이라도 주 52시간 초과자가 있는 기업은 17.3%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상시노동자 대비 주 52시간 초과 노동을 하는 비율은 18.9%뿐이었다. 노동부 추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명 이상 300명 미만 기업 2만7천여곳 노동자 290만명 중 10만명 정도로 3% 정도밖에 안 된다.

기업들의 주 52시간 시행 준비상황은 양호했다. 61.0%는 “법 시행시 문제 없다”고, 31.8%는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7.2%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이런 결과를 두고 “전체 조사대상 기업 중 준비 중이거나 준비를 못하는 기업 비율이 약 40%”라고 주장했다. '준비 중인' 기업(31.8%)과 '준비를 못한' 기업(7.2%)을 더하면 39.0%라는 것이다. 노동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문제 없는' 기업(61.0%)과 '준비 중인' 기업(31.8%)을 더하면 92.8%가 된다. 10곳 중 9곳 이상은 주 52시간 시행 준비를 마쳤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 규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주 52시간을 적용하더라도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노동부 현장 실태조사 결과는 노동시간단축이 우리 사회에 무리 없이 안착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며 “노동부는 근무체계 개편과 신규채용 등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 중인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계가 주장하는 유연근로제 대폭 확대나 일부 여당 의원까지 동조하는 5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 주 52시간 시행유예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전문가들도 “내년 시행 준비 충분”

노동부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39.9%는 주 52시간 정착을 위한 제도개선으로 “유연근로 요건 완화”를, 37.1%는 “돌발상황 발생시 연장근로의 예외적 허용”을 꼽았다. 준비기간 추가부여는 16.4%, 외국인 할당제 확대는 1.9%였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재계가 요구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역시 법이 온전히 시행되기도 전에 법 개정 필요사항이 무엇인지 묻는 꼼수를 부렸다”며 “또다시 연장근로 예외인정 등 법 개정을 운운하며 제도시행을 기피할 명분을 준다면 노동시간단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노동시간단축을) 준비 중인 기업을 준비하지 않은 기업에 의도적으로 붙여 40%에 달한다고 확대 포장했다”며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와 인력충원 방안 마련, 위반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주 52시간 초과 기업이 17.3%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낮은 수치로,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는 뜻”이라며 “(유연근로 확대나 시행유예 같은) 다른 조치는 필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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