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가 지난달 19일 4개월에 걸친 진상조사를 마치고 715쪽 분량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사위원 16명, 자문위원 30여명이 참여한 대대적인 진상조사 결과다. 한국 사회가 김용균씨 죽음에 공명한 이유는 안전을 비용으로 보고 죽음까지 외주화하는 부조리 때문이었다. 김용균 특조위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역사를 들춰내고 시정을 권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결과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어떻게 바꿀지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조사위원과 자문위원이 직접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의 의미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7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권영국 김용균 특조위 간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지난달 19일 김용균 특조위의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위원회 일원으로 정부와 발전회사의 개선권고안 이행방안을 기다리던 중 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들의 충격적인 산재사망 소식을 접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30분께 영덕군 축산면에 있는 오징어 건조가공업체인 수성수산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 4명이 지하 3미터 수산물 폐기물 저장탱크에 내려갔다가 질식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주노동자 1명이 업체 대표의 지시를 받고 저장탱크를 청소하기 위해 아무런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지하에 내려갔다가 곧바로 쓰러졌다. 업체 대표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구조하라고 지시해 2명이 지하탱크로 내려갔다가 쓰러지고 밧줄을 가지러 갔던 다른 1명마저 내려갔다가 쓰러졌다. 그제야 업체 대표는 119에 신고해 구조요청을 했다.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이 3미터 지하탱크로 내려가 4명을 밖으로 구조했으나 3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1명도 안동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고 다음날인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고현장 감식 결과 탱크 내부의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스 농도를 측정했는데 황화수소가 3천피피엠(ppm)이나 검출됐다. 황화수소는 500피피엠 이상을 흡입하면 호흡계 마비와 의식불명, 700피피엠 이상이면 몇 초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진 독성물질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독가스실에 노동자를 밀어 넣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수성수산 대표는 이주노동자에게 유독가스 발생이 예상되는 밀폐공간 내부 작업을 지시하면서 저장탱크 내부의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 측정은 물론 안전보호구 지급도 하지 않는 등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업체 대표는 이주노동자를 사람으로 여기기나 한 것일까? 감독당국의 사업장 재해예방 지원 및 지도는 물론이거니와 유해하거나 위험한 설비 및 물질 등에 대한 안전·보건상 지도·감독 규정은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 이주노동자들의 산재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상(60%)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안전강화대책 발표가 무망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절망스러운 것은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에도 노동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작업장의 일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산재 사망사고는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 기준을 지키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지도·감독하지 않는 이상, 안전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과 막대한 비용 부담을 제도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위험을 가중하는 차별화된 고용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이상 이처럼 비상식적인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음을 영덕 이주노동자들의 참사가 또다시 실증해 주고 있다.

지난달 19일 김용균 특조위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서의 중대재해 재발방지를 위한 22개의 개선권고안과 함께 이를 실제로 이행하도록 점검하고 감시할 이행점검위원회 설치를 국무총리실에 권고했다. 이행점검위 설치를 강력히 권고한 이유는 개선권고안이 기존 발전소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회사 경영진의 저항과 소극적 태도에 부딪혀 보고서 안에서 잠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용균 특조위는 발전소 안전사고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노동자 간의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막고 안전에 대한 책임공백 상태를 야기하는 ‘외주화’와 ‘원·하청 차별 구조’를 지목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발전회사가 외주화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제1 개선안으로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당정 내부에서는 발전회사의 직접고용 불수용 방침을 거론하고, 발전회사와 일부 정규직 노조들에서도 자회사를 만들어 자회사에서 고용하는 방안이 마치 최선의 방안인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미 특조위 조사 결과 자회사 역시 원청인 발전회사에 비해 산재발생 위험도가 7배나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자회사 고용을 통해 직접고용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2개 개선권고안에 대한 책임 기관들의 이행을 점검하고 현실론을 내세워 개선권고안을 무산시키려는 저항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행점검위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는 안전강화대책 발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이행을 위한 이행점검위 설치는 바로 그 실천의지의 일환이 될 것이다.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에서 보듯이 법 규정이 있어도 감독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게 현실이다. 독립된 이행점검 주체가 없다면 권고안 이행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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