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정부가 하위법령 개정을 비롯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률 개정 없이 하위법령 개정만으로는 공정경제 실현이 요원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종화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7간담회실에서 열린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위한 입법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는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를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반대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달 5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경제 하위법령 개정방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공정경제 달성수단은 다양하다"며 "공정거래법 등 상위법보다는 시행령·시행규칙 같은 하위법령을 개정해 공정경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종화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여당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전횡과 사익편취를 통제하는 입법적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위법령 개정에 그칠 게 아니라 당초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제시된 내용을 포함해 여러 과제를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발의한 전부개정안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한해 적용되는 사익편취행위 제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전부개정안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선정기준을 바꾸지 않았다.

노 변호사는 "자산총액 기준 5조원 미만 규모의 기업집단에서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행위가 활발하다"며 "공시대상기업집단 선정기준을 지금보다 완화·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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