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관리자 성희롱 예방교육이 왜 중요한지 아세요? 성희롱 가해자 중 상급자가 가장 많습니다. ‘나 혼자 안 하면 되지’라는 생각도 곤란해요. 여러분이 침묵하면 조직문화는 성희롱에 관대해집니다.”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 이재갑 장관과 세 명의 실장, 국장·과장까지 50여명의 노동부 간부들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1년에 한 번, 1시간 이상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교육을 각각 따로 또는 통합해 실시해야 한다.

노동부 최고위급 간부들까지 참석한 이날 교육에서는 외부강사가 아닌 내부직원이 강사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강사는 대전고용센터에서 일하는 서은혜 주무관(7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등록·위촉된 전문강사다.

“부하직원 외모 말고 업무태도 칭찬하세요”

서 주무관은 노동부 내부 목소리와 사례를 전했다.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더니 상사가 ‘이야~ 매일 그렇게 입고 다녀’라고 말했어요. 제 몸을 보는 시선이 느껴져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 얼굴이 제일 예뻐. ○○ 몸매가 가장 잘 빠졌어”라는 식의 외모 평가와 성희롱은 직장내 성희롱 예방 주무부처인 노동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과장님이 저에게 ‘자기’라고 부르는데 부담스러워요.”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외모 평가가 성희롱이라고 지적하면 ‘칭찬한 것’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부하직원을 칭찬하려면 외모 말고 업무태도를 칭찬해 주세요. 호칭은 매우 중요합니다. 조직 내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요.”

회식자리에서 상사 근처에 앉을 것을 강요하는 행위도 빠지지 않았다. 술을 따라 주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손을 잡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서 주무관은 “회식에서 자리를 정하는 행위는 성희롱이 분명하다”며 “(관리자들이) 내가 시킨 게 아니라고 하지만 말고 이런 거 하지 마라고 말해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면 여러분이 좋아한다고 오해를 받게 되고 그런 문화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회를 휩쓴 미투(나도 피해자) 열풍 이후 나타난 현상이 아예 여직원과 출장을 가지 않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호소하는 여직원도 있었다. 그는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성차별”이라고 경고했다.

“관리자가 단호히 대처하면 성희롱 감소”

노동부가 이날 과장급 이상 관리자를 별도로 교육한 것은 관리자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기관장이나 관리자가 성희롱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조직은 성희롱 발생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서은혜 주무관은 “관리자 성희롱 예방교육은 엄청난 나비효과를 부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갑 장관은 교육이 끝난 후 “성희롱을 예방하려면 관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저뿐 아니라 교육받은 관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서기관 이상 공무원 성과계약지표에 부서원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인지 자가진단 항목을 추가했다. 또 성희롱 예방 동영상을 제작해 교육자료로 활용 중이다. 직원들은 고용노동연수원 위탁 교육과정에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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