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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서 좀 봅시다조영신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
▲ 조영신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

1. 노동사건을 진행할 때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되는 난관은 ‘문서’다. 근로계약서부터 임금명세서·출퇴근기록표·취업규칙 등 노동조건과 관계되는 모든 문서가 필요한데, 노동자는 이 문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이라면 다행히 문서들을 그러모으기가 수월하겠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 어떻게 이 문서들을 찾을지가 첫 번째 난관이 되는 것이다. 증명책임은 노동자에게 있지만 증명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문서는 사용자가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상황에서 문서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소송을 하면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사실조회·문서송부촉탁·문서제출명령 등 민사소송법상 방법을 활용해 상대방인 사용자에게 관련 문서제출을 촉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경우에도 상대방이 배짱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그 배짱은 보통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청구금액 일부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2. 최근 임금소송에서 있었던 일이다. 업체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노동자를 대리하다 보니 운행기록이 절실했다. 운행기록이 있어야 연장근로·휴일근로 수당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운행기록은 노동자가 직접 차량의 입고·출고 및 출발시간·목적지 도착시간 등을 기록해 사용자에게 보고한 문서다. 당연히 사용자가 소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받고도 느긋하게 버티다가, 결국 누더기가 된 기록을 보내왔다. 중간중간 빠져 있는 날짜에 대해 추가적으로 문서제출을 요구했더니 ‘원고가 작성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에게는 없다고 배짱을 부린다.

다행히 대법원은 피고가 법원으로부터 문서제출명령을 받았음에도 피고 이익을 위해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비어 있는 날짜에 그 기간 동안 가장 오래 일한 날을 기준으로 임의로 작성해 임금청구를 했다. 그랬더니 상대방은 바로 며칠 뒤 '없다'고 배짱을 부렸던 그 운행기록을 보내왔다. 재판이 매우 지연된 후였다.

3. 다른 사건에서는 임금체불 진정사건 절차가 지연된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체불임금 확인원을 작성해 준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고용노동지청에 임금체불 진정사건 기록 일체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지청은 당사자가 진정을 취하했다는 서류와 사용자에게 출석요구 및 전화통화를 통한 조사를 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무원은 공문서를 보관할 의무가 있음에도 담당자 인사이동이 있었기에 문서를 찾을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법원에서는 재차 문서제출명령 독촉을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4. 조금 다른 의미에서 ‘문서’를 보기 위한 노력도 있다.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가 검찰로 송치된 사건을 대리하게 됐다. 연장근로·휴일근로 수당과 퇴직금·연차수당 등을 청구하며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사건이었다. 그중 퇴직금을 제외한 나머지 청구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됐음을 알게 됐다.

송치의견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도대체 왜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정보공개청구 답변 기간을 연장하며 시간을 들이더니, 열람·등사신청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정보공개 관련 법령이 아닌 검찰보존사무규칙을 따른다는 이유를 댔다. 검찰 요구에 따라 열람·등사신청으로 전환했더니 곧바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송치의견서 공개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들이밀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대법원 판결이 있어도 대검예규에 규정돼 있지 않는 이상 공개할 수 없다. 아니면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하시든지”였다.

5. 자신이 노동력을 제공한 데 따라 임금을 받던 노동자가 임금을 떼어먹은 사용자에게 ‘내가 일한 기록을 보여 달라’는 요구도, 국가기관인 고용노동지청을 믿고 진행했던 임금체불 진정사건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여 달라는 요구도, 시민을 대표해 수사권을 지닌 수사기관에 수사권한을 일임하며 피해자로서 조사에 참여한 후 ‘가해자 혐의가 부정된 이유를 보여 달라’는 요구도, 모두 그 문서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메아리인 모양이다. 그래도 계속 외칠 것이다. 문서를 온전히 보여줄 때까지. “그 문서 좀 봅시다!”

조영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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