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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본, 홍콩
▲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조국, 일본, 홍콩. 이 세 단어는 지금의 나라 안팎 정세를 가로지르고 있다. 조국은 개혁과 반개혁, 민주와 반민주의 전선을 가로지른다. 8월 후보자 추천 이후 9월 청문회를 거치면서 조국 문제는 ‘강남좌파’라는 도덕적 문제를 넘어 민주와 반민주의 정치적 국면으로 발전했다.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과 그에 맞서는 여러 민주 세력의 결집이 현 시기 조국 사태의 본질이다.

극우 세력과 자유민주 세력을 한데 묶어 보수로 뭉뚱그려서는 현재의 세력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 판도는 극우·보수(자유민주)·진보로 나뉘어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큰 타격을 받았으나 일제 식민주의와 군사 파시즘의 계승자인 한국 극우는 여전히 건재하다. 형식적 민주주의자들이 주장하듯 극우와 보수 사이의 주기적 정권교체를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형식은 중요하나 내용이 떠받치지 못하는 형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극우는 자유민주적 제도와 장치들을 가로막고 망가뜨린다. 이들은 자유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보수와 다르다.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파시즘 전통과 김영삼-김대중으로 이어지는 자유민주적 전통은 명백히 다르다. 전자는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졌고, 후자는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극우세력의 건재함과 보수세력의 강고함과 비교할 때 한국의 진보는 대단히 취약하며 분열돼 있다. 한국 진보의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전적 의미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조직노동(organised labour)의 뒷받침이 없다면 한국 진보정치는 성장할 수 없다.

일본은 한미일 동맹과 한반도 평화의 전선을 가로지른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은 미국 군부의 의중이 관철된 것이었다. 그 목표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결함으로써 아시아판 나토(NATO)를 창설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헌법 개정을 통한 ‘보통국가’(전쟁국가)로의 전환과 맞물리면서 동아시아에서 ‘대륙세력’(북중러)과 ‘해양세력’(한미일)과의 블록 경쟁을 가속화함으로써 종국에는 경제 대립을 넘어 외교 파국과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행한 위안부 합의 재고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지소미아 파기는 오바마 행정부 이후 빠르게 진행되던 한미일 동맹 구축에 균열을 내면서 한국·일본·호주·태국·대만·인도를 아우르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이라는 미국 군부 계획에 차질을 가져오고 있다.

국내적으로 일제 식민지 잔재는 청산되지 않았지만, 국제적으로도 일본 제국주의 잔재는 청산되지 않았다. 공산주의 소련과 중국에 맞서 일본을 활용하려던 미국의 계산 속에 일본의 전쟁 범죄자들은 대부분 살아남았고(그 중심에는 맥아더 군정의 천황제 유지 정책이 있다), 지금 우리는 미국 군국주의자들을 등에 업은 일제 전범의 후예들이 일본을 어떻게 전쟁국가로 재탄생시키고 있는가를 목도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공격적 성격보다 방어적 성격을 띤 미국에 대한 한국의 종속 체제라면, 한미일 동맹은 방어적 성격보다 공격적 성격을 띤 미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의 종속 체제가 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언제나 일본에 종속된 변수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 홍콩 문제는 홍콩 내부의 정치사회적 모순에 더해 미국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이 중국에 가하는 정치적 공세의 상징적 사건이다. 홍콩은 아시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홍콩 시민들의 시위와 저항의 뿌리에는 빈부격차 문제가 깔려 있다. 장기간 잠재돼 있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청년층의 정치적 자유화 요구와 맞물려 폭발했고, 이 단계까지는 민주화운동(pro-Democracy) 성격을 띠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가 송환법 철회라는 자유화 요구를 거부하면서 홍콩 시위는 민주화운동을 넘어 친미운동(pro-America)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홍콩의 자유와 민주를 미국이 개입해 보장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이다. 홍콩의 거리 곳곳에서 미국 성조기가 휘날리는 상황은 미국 정부의 조직적 개입과 맞물리면서 홍콩 시민들의 저항운동이 민주화운동과 친미운동으로 분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에는 자유민주적 체제가 작동하지 않았다. 영국이 홍콩의 정치 체제를 자유화하기 시작한 때는 마거릿 대처가 등소평과 홍콩 반환 문제를 논의하면서부터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일국양제’라는 합의에 기초해 중국 정부는 홍콩에 공산당 일당 지배 대신 태국과 비슷한 수준의 제한적인 자유민주 체제를 허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공산당은 주권과 영토 문제에서 일체 타협을 하지 않았다. 영토 사수를 위해 인민해방군은 미군·인도군·소련군·베트남군과 전쟁을 치렀다. 민주화운동과 친미운동의 경계선이 분명해지고, 친미운동이 홍콩 저항운동의 대세를 형성하게 되며 미국의 조직적 개입이 본격화한다면 중국공산당 정부는 군부를 동원한 강경진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국 문제는 극우 세력의 반동에 맞서 민주적 기본 질서를 강화하는 체제개혁 투쟁 성격을 띤다. 아베 정권과의 대치로 요약되는 일본 문제는 공격적 군사 블록인 한미일 동맹 구축을 저지함으로써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성격을 띤다. 민주화운동을 넘어 친미운동으로 전환되고 있는 홍콩 문제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와 중국의 ‘일대일로’가 부딪치는 글로벌 헤게모니 격전장의 성격을 띤다. 이렇듯 2019년 9월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는 불안정과 갈등과 대결 요소로 가득 차 있으며, 노동운동 진영에 보다 신중하고 성숙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globalindustryconsult@gmail.com)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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