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다들 알 만한 여행사에 입사했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일을 그만뒀다.

상사는 일을 가르쳐 주지는 않고 "알아서 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출근 첫날 한 상사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는 기본적인 예의가 없냐"고 핀잔을 줬다. "살 좀 찌워라" "남자친구는 있냐"는 개인적인 질문과 발언도 계속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A씨는 우울증과 섭식장애를 겪었고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5일 청년유니온이 내놓은 '신입사원 직장내 괴롭힘 및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직장내 괴롭힘·성희롱을 겪었거나 목격한 경험이 있는 20대 신입사원 10명을 심층면접했다. 괴롭힘 유형은 폭언·사생활 침해·따돌림·업무 배제 등 으로 다양했다. 성희롱 사례도 있었다. B씨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팀장에게 "같이 잘래?"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겪은 직장내 괴롭힘을 회사에 알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경우도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C씨는 "성희롱 성차별에 관해 현장소장에게 이야기하자 사적인 자리에 절대 나타나지 마라고 했다"고 전했다.

청년유니온은 "일터에서 연령이 낮고, 지위가 낮을수록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며 "신입사원으로 일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유니온은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근속기간을 양적으로 늘리는 데 초첨이 맞춰져 있다"며 "괴롭힘·성희롱 예방뿐 아니라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배려,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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