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법원이 거액의 회삿돈을 들여 컨설팅업체에서 노조파괴 자문을 받는 사용자들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회삿돈 13억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4일 대전지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법원은 유 회장이 자신의 형사재판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2017년 창조컨설팅과 자문계약을 맺고 노조와해를 시도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징역 1년2월 실형을 살고 나온 유 회장은 이번엔 배임과 횡령죄로 두 번째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재판부 "최종결정권자 죄책 무겁다" 징역 1년10월 선고

대전지법 천안지원 1형사부(부장판사 원용일)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유 회장에게 징역 1년10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기봉 부사장(아산공장 공장장)과 최성옥 영동공장 공장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 회장 등은 2011년 3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영동지회가 쟁의행위를 하자 같은해 5월 창조컨설팅과 자문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인사교육특별자문료 명목으로 창조컨설팅 자회사 ㈜휴먼밸류컨설팅 명의 계좌에 5천500만원을 송금하는 등 그해 연말까지 24차례에 걸쳐 13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창조컨설팅 자문에 따라 회사에 우호적인 유성기업노조를 설립·지원하다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되자 회삿돈 1억5천400만원을 변호사 선임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성기업측은 재판 과정에서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생긴 급박한 경영상 위기에서 회사 손해발생을 막기 위해 받은 자문이었다"며 배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유성기업 또한 유 회장 등과 함께 소송당사자이기 때문에 회사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한 것은 횡령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유 회장 등이 창조컨설팅과 계약해 조직적·계획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을 노조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데다, 창조컨설팅 관계자들도 같은 혐의로 유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노조 조직·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이라는 불법적 목적을 위해 회사 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고 자문용역을 받은 것은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며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배임행위를 한 것으로 이로 인한 피해액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런 부당행위로 인해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자 회사 자금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개인 형사사건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유시영 회장에 대해서는 "회사 최종 결정권이자 책임자로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에 경종 울린 판결"

이번 판결은 노조파괴 컨설팅 비용에 배임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다. 노사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사용자들이 눈엣가시인 노조 세력 약화를 위해 거액을 들여 창조컨설팅·김앤장 같은 업체들과 자문계약을 맺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2003년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한 창조컨설팅이 2010년 이후 167곳의 회원사를 둔 거대 노무법인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창조컨설팅 노무자문을 받은 사업장은 제조업·건설업·보건의료업·공공기관·통신업·금융업·서비스업·운수업·비영리단체를 망라한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노조와해에 회사 자금 13억원을 사용한 행위 자체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본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노조법 위반 과정에서 회삿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기업지회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유시영 회장 등의 배임과 횡령 혐의가 맞다고 확인했다"며 "노조파괴를 멈추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도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고, 금속노조는 "한국 사회가 더는 노조파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의미를 부였다.

반면 유시영 회장의 두 번째 옥바라지를 하게 된 회사측은 "노동계의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 등 인위적 여론조작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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