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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다?-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겹도록 그날이 그날이건만 시간은 쏜살같다. 지난 8월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얼마나 나온다고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것인데 나는 세월만 흘려보내고 말았나 보다. 사무실과 법정, 상담과 재판을 오가고 주중과 주말, 일과 휴식을 보내다 이렇게 문득 지나간 날을 헤아리고 있으니 말이다. 선고 당일 한 언론사 기자가 대법원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내 주면서 판결 의미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날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탁송업무에 종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사건에 관한 판결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됐다. 그 때문에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이 단식농성 중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로 참석해서 법원 판결대로 사용자 현대차가 직접고용하도록 고용노동부가 즉각 시정명령해야 한다고 발언하고서 사무실에 돌아왔더니 복지포인트가 임금·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는 보도가 인터넷 포털뉴스에 게재돼 있었다. 불법파견 근로자지위확인 소송만큼은 아니라도, 복지포인트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공공기관 사업장을 중심으로 여러 사업장의 임금 소송사건에서 나는 복지포인트가 임금이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그에 따른 미지급 임금청구를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전원합의체 판결로 임금 및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으니, 각급 법원에서는 그에 따라 판결할 일만 남았다.

2. 서울의료원 노동자들은 2008년부터 선택적 복지제도 운영지침에 따라 매년 일정한 복지포인트를 배정받아 인터넷복리후생관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항목 등을 선택해서 12월20일까지 사용하되 미사용시에는 소멸하고, 양도할 수 없었다. 휴직자·중간 퇴직자·신규 입사자에 대해서도 일할 계산해서 복지포인트를 배정·지급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실관계로는 이상으로 족했다. 서울의료원에서 복지포인트가 임금도 아니고, 따라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 대법관들에게는 충분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이 임금·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를 보자.

첫째, 복지포인트는 선택적 복지제도로 근로기준법이 아닌 근로복지기본법상 제도인데, 근로복지기본법 3조1항은 “근로복지(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은 제외한다) 정책은 근로자의 경제·사회활동의 참여기회를 확대”라고 규정해 근로복지 개념에서 임금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포인트는 선택적 복지제도인데, 선택적 복지제도에 관해 근로복지의 하나로 정하고 있는 근로복지기본법은 임금 등을 근로복지에서 제외하고 있으니 복지포인트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서울의료원 등에서 지급되고 있는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기본법의 선택적 복지제도일까. 근로복지기본법상 근로복지에 해당하게 되면 임금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서울의료원에서는 2008년부터 복지포인트가 지급됐던 것인데, 근로복지기본법은 선택적 복지제도를 2010년 6월8일 전부개정 법률로 규율하게 됐다(9조2항6호). 그러면 대법원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졸지에 근로복지기본법 전면개정으로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에 해당하게 돼 임금이 아니게 돼 버렸다는 것인가. 이런 의문은 대법관의 소수의견(주심 대법관 김선수 포함 4명)에서도 표했다. 여기서 나아가 과연 서울의료원 등 우리 사업장들에서 지급하고 있는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기본법의 선택적 복지제도인지도 의문이다. 그 법률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근로복지에서 임금을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선택적 복지제도가 근로복지로 규율되기 전부터였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 것은 근로복지기본법상 근로복지인 선택적 복지제도에 해당할 수가 없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근로복지기본법상 근로복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근로복지기본법의 근로복지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임금이냐’로 복지포인트를 살폈어야 마땅했다.

둘째로 복지포인트의 연혁과 도입 경위를 이유로 들었다.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은 우리 법제와 기업실무가 도입한 선택적 복지제도가 임금이 아닌 기업복지제도로 구축한 것이라며 이에 비춰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우리 법제가 복지포인트를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인지 도대체가 모르겠고, 기업실무에서 기업복지제도로 운영해 왔다는 것이 복지포인트가 근로기준법상 임금 해당성을 판단하는 어떤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밖에 이유로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행·건강관리·문화생활·자기계발 등 사용용도가 제한되고 통상 1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며 양도할 수가 없고, 사업장에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보수나 임금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아 노사가 임금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사정들을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있기 전까지 하급심법원에서 ‘임금(통상임금)이냐’를 두고서 주되게 논란됐던 것들이다. 위 첫째와 둘째를 빼고서 이것만을 판시 이유로 들어 판결했더라면 그나마 법리적으로는 덜 비난받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 판시 이유로 타당하다는 게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를 판단해야 했다. 그런데 그 사용용도와 처분가능성, 노사의 인식 등을 가지고 복지포인트가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말았다.

3.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분명히 정의하고 있다(2조1항5호). 그 금품이 임금인지는 이 근로기준법 정의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어떠한 명칭이든지, 즉 복지포인트라고 해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면 근로기준법상 임금인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료원 등 사업장의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인지 살피면 된다. 무엇이 근로의 대가인 걸까. 사용자는 근로자가 구체적으로 근로를 제공해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며 각종 명목의 금품을 근로의 대가 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고, 이에 대해 근로자는 사용자로부터 받는 금품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근로를 제공하니 사용자가 지급하는 것 아니냐며 근로의 대가인 임금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근로의 대가인지 모르겠다며 판사는 판결하지 않겠다고 법정 밖으로 뛰쳐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간 법원은 판결해 왔다. 무엇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인지에 관해서 이미 대법원 판례로 확립돼 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란 근로계약·단체협약·취업규칙·노동관행 등에 의해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정해져 있고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품이면 근로의 대가 임금이라고 대법원을 각급 법원은 반복해서 판결로 선언하고 있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55034 판결 등). 그러니 오늘 복지포인트 앞에서 대법원은 자신이 선언한 판례대로 임금이 무엇인지를 살피면 됐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복지기본법상 근로복지 내지 선택적 복지제도 운운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살피지 않고 판결하고 말았다. 임금이 무엇인지에 관한 위 판례 기준에 따른다면, 복지포인트는 서울의료원 지침에 의해 지급의무가 정해져 있고, 그 기준에 따라 매년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니 근로의 대가 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대해 사용자가 지침 등 규정으로 그 사용용도와 처분을 제한했다고 해서 임금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가, 아니면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대해 그 사용용도와 처분을 제한한 것이 문제라고 할 것인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금품이라면 근로기준법은 임금이라고 정의했으니, 그 금품의 사용용도나 처분을 사용자가 제한하고 있다고 해서 도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결론은 사용자의 제한을 위법·부당하다고 선언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4. 그 금품을 근로자가 사용하는 용도나 처분 여부에 따라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어찌 될 것인가. 이 나라 노동현장에서는 사업장마다 사용자들이 각종 금품에 관해 그 용도나 처분을 제한함으로써 임금(통상임금)이 아닌 근로복지로 탈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2013년 재직자조건의 복리후생비 등 임금에 관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가 판결한 뒤 이 나라에서 벌어졌던 일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많은 사업장에서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며 상여금 등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대로 임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선언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임금권리가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엊그제는 광주고등법원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청구취지를 새로 정리하라고 석명준비명령을 통보받았다. 복지포인트 부분을 제외하고서 청구하라는 통보였다. 또다시 심란한 시절인가.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판결에 노동자의 임금권리는 심란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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