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국민연금 제도개편안 합의에 실패했다. 재계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며 끝까지 버틴 결과다. 다만 국민연금 사회적 대화 참가자들은 다수안으로 '더 내고 더 받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가 개편 논의에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보험료 못 올린다는 재계
9개월 논의 결국 '빈손'


1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위원장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지난달 30일 최종 회의를 열고 막판 합의를 시도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노총 제안으로 연금특위가 구성된 뒤 6개월의 논의기간이 종료되고, 추가로 3개월을 논의한 결과다. 연금특위는 위원장 1명과 노동계 1명·재계 2명·청년위원 1명·비사업장 가입자 대표 4명·공익위원 3명·정부위원 3명·간사 1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연금특위는 마지막 회의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가 넘을 때까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놓고 입장을 조율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세 가지 방안을 내놓고 이를 지지한 단체이름을 명시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다수안으로 채택된 '가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하고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향후 10년간 12%까지 올리는 방안이다. 한국노총과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한국여성단체연합·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대한은퇴자협회 등 5개 단체가 제안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가 40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을 때 평균소득 대비 추후 수령하는 연금액 비율이다. 제도 시행 초기인 1988년 70%였던 소득대체율은 1999년과 2007년 1·2차 연금개혁을 거치면서 2008년 5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춰 2028년에는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가안은 올해 기준 45%인 소득대체율을 더 이상 삭감하지 않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장기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한국경총과 대한상의 등 재개는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현행 유지('나안')를 고수했다. 재계는 연금특위가 가동한 지난 9개월 동안 보험료율을 단 1%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험료 인상 반대'만 외치던 재계는 이달 초 퇴직금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활용하는 퇴직금 전환제를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노동계와 비사업장 가입자단체 반대로 이번 합의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득대체율은 지금처럼 40%로 하되, 보험료율을 9%에서 10%로 즉시 인상하는 방안('다안')을 제시했다. 후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경우 국민연금 예상 고갈 시점은 2060년이다. 세 가지 안 모두 지난해 12월 정부가 네 가지 안으로 제시한 국민연금 제도개편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지연 위원장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아쉽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내년 4월 총선 앞둔 국회, 국민연금 수술할 수 있나

연금특위가 진통 끝에 국민연금 개혁안 논의 결과를 제시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국민연금 제도개편은 국민연금법 개정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회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서도 합의안을 만들지 못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혁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경사노위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안 외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합의안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군복무·출산 크레디트 확대 △보험료 지원(두루누리) 확대 △기초연금 대상 범위 확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기초연금액 삭감 제도 폐지 등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보험료 납부 없이 국민연금 가입기간(12개월)을 인정해 주는 출산 크레디트는 현재 둘째 아이에서 첫째 아이까지 적용이 확대된다. 또 국민연금 수령액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25만원)의 1.5배가 넘으면 기초연금액 일부를 삭감하는 제도의 폐지를 권고했다. 현행 소득 하위 70% 노인인 기초연금 지급 대상 범위를 확대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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