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홍영표)가 활동기한 만료를 이틀 남기고 선거제 개혁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홍영표 위원장이 전날 안건조정위원회가 조정안으로 의결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절차를 밟자 자유한국당은 “날치기 중단”을 외치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7명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을 제외한 정개특위 위원 전원이 의결에 찬성해 여야 4당이 올해 4월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선거제 개혁안이 정개특위를 통과했다. 정개특위를 넘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90일까지 심사를 거친 뒤 본회의에 회부된다. 여야 4당은 자유한국당에 진정성 있는 선거제 개혁 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치개혁 떠내려가는 것 볼 수 없어”

“정상적인 회의진행이 불가하니 토론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중략) 오늘 안건은 안건조정위에서 의결했으므로 축조심사를 생략하고 의결하고자 합니다. 찬성하는 의원 기립해 주십시오. 표결 결과 재적의원 19명 중 찬성 11명, 반대 없기에 가결됐습니다.”

29일 오전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 회의장. 홍영표 위원장이 전날 안건조정위가 의결한 조정안에 대한 표결 방침을 밝히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의사진행발언을 거듭 요구하며 시간끌기를 시도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과 안건조정위 조정안 의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불법”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난입해 “선거법 날치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며 회의를 방해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법이 오늘 장례식을 하는 날”이라며 “국회법을 쓰레기통에 넣은 세력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바른미래당 일부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의결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회의장에 남아 있기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법안이 가결되자 “날치기”라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홍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은 정개특위 전체회의 소집도 반대하고 위원장 권한으로 회의를 소집하면 (회의장에) 와서 난장판을 만든다”며 “자유한국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고서도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더니,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회의를 소집하니 또다시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강행처리냐 불법처리냐가 쟁점이 아니라 정치개혁을 실종시킬 것이냐 정개특위가 8월 말이라는 시한까지 소임을 다해 정치개혁의 불씨를 살릴 것이냐의 문제”라며 “자유한국당이 대안을 가지고 논의에 나섰다면 저부터 오늘 의결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한 것과 관련해 “정개특위 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선거제 개혁이 떠내려가는 걸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개혁 되돌릴 수 없다, 자유한국당 협상장 나와라”

이날 의결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안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의석수를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 여야 4당은 내년 4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12월17일 전까지 선거법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31일로 예정된 정개특위 활동기한 만료 전에 선거제 개혁안을 의결하고 법사위와 본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개특위가 이날 선거제 개혁안을 의결함에 따라 상임위 심사기간은 60일 가까이 줄어들었다.

홍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은 오늘만 넘기면 내년 총선을 지금처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태도를 바꿔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더 이상 선거제 개혁의 열차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남은 3개월간 선거제 개혁 협상에 동참하길 바란다”며 “올해 안에 선거제를 바꿔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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